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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와 만남-「화학에서 인생을 배우다」황영애 교수

"화학에서 하느님 섭리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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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 얘는 말이에요. 손이 두 개 밖에 없는데 수소 친구 네 명이 달라 붙어요. 그럼 어떻게 할까요? 탄소는 손을 네 개로 만들어 수소와 친구를 해요. 탄소와 수소는 혼자 있을 때보다 더 안정적인 상태의 메탄가스를 만들어내요. 그야말로 `죽으면 산다`는 부활 신앙과 접목되는 거죠."

 40년 넘게 화학 연구를 해온 황영애(에스텔, 65, 상명대) 교수는 메탄 화학식(C+2H2→CH4)을 이렇게 풀어냈다.

 "겉보기에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 것 같은 중성자는 반발하는 양성자들을 꼭 붙잡아줌으로써 원자핵을 구성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줍니다. 사실 중성자만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성공한 인생인가요? 갈라지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지그시 그들의 손을 잡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화학에서 인생을 배우다」는 딱딱한 화학을 통해 깨달은 말랑말랑한 인생 지침서다. 원자 구조를 시작으로 플라즈마, 동소체, 오존, 촉매, 엔트로피 등 19가지 화학적 개념 및 현상과 함께 인생의 지혜를 버무린 대중 교양 과학서다. 신앙적 고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은 없지만 하느님만 바라보며 썼다.

 황 교수는 "화학은 아름다운 학문"이라며 "화학의 세계에서 하느님 섭리를 느낀다"고 말했다.

 "하느님 뜻으로 풀어낸 화학 이야기에요. 하느님을 알기 전에는 몰랐는데 하느님과 연결지으니깐 화학이 무척 좋은 거에요. 물질들이 저보다 하느님 뜻을 훨씬 잘 따르는 게 부끄러웠죠."(웃음)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석ㆍ박사학위를 받은 그의 화학 인생은 고등학교 시절 총각 화학 선생님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학창시절 공부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그는 타고난 수줍음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도 먼저 다가서지 못했다. 그러나 그에게 화학만은 달랐다. 화학은 언제나 공명정대했다. 하나가 모자라면 상대방에게 자신의 것을 내어주고, 어떤 욕망에도 휩쓸리지 않았다.

 평생 연구하고 강의해온 그는 화학이 우리 인생과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많은 화학공식에서 인생의 의미와 삶의 지혜를 찾아냈고 신앙이 깊어지면서 그의 화학 인생은 꽃피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닮고 싶은 화학 물질이 있냐고 묻자, 그는 "산소(O??)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산소는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는 어렵더라도 확실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아야 할 자리에서는 집착 없이 떠나요. 산소는 자신이 원해서라기보다 주위 환경이 원하는 방향으로 금속에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가역적 성질 때문에 생물체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황 교수는 "이 책을 통해 과학 공부를 하고 싶은 청소년들이, 화학이 환경에 피해를 주는 학문이 아닌 아름다운 학문임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며 "많은 화학 전공자들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자들에게는 화학을 통해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경향잡지에 `화학에게 길을 묻다`를 연재하는 그는 "정년퇴임 후 묵상글을 쓰면서 신앙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더숲/1만4000원)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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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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