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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와 만남-성지순례기「오래된 영혼」펴낸 강금실 전 장관

"가치관 달라도 서로를 인정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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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 놓쳐서 아쉬운 것은 사랑 밖에 없다."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을 지낸 강금실(에스더, 53) 변호사의 미니홈피 대문글이다.

 18대 총선 당시 통합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물러나 변호사로 복귀한 그가 `이탈리아의 방랑자`가 되어 돌아왔다. 로마와 바티칸, 수비아코, 피렌체, 아시시 등 성지를 누비며 기도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담은 성지순례기 「오래된 영혼」을 펴냈다.

 "신자로서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웠어요. 신앙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신앙을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이니까요. 한 명이라도 누군가가 읽고 공감하면 고마운 일이죠."

 그는 법무부장관을 지낸 후 사회적으로 더 비중있는 발언과 행동을 요구받았지만 스스로 바닥을 보는 듯한 한계를 느껴 정치권에서 물러났다. 지상 권력에 회의를 느낀 그는 자연스럽게 예수의 죽음에 마음이 쏠려 2004년 가톨릭 신자가 됐다. 이영애(글로리아) 의원이 대모다.

 거대한 정치문화로 둘러싸인 사회에서 갈증을 느낀 강 변호사는 2008년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문을 두드렸다. 그는 종교와 과학, 생명과 영성, 우주와 문명 등 생명문화 강의를 들으며 한국 정치사회 구조에 갇혀 있던 생각에 날개를 달았다. 인간 내면의 문제와 행위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대학원 입학은 뜻하지 않게 성지순례라는 선물로 이어졌다.

 "복 받은 여행이었어요. 신부님들이 쪽집게 과외하듯이 설명해주시고 매일 성지에서 미사도 봉헌했어요."

 문화탐방 프로그램으로 열흘간 이탈리아를 다녀온 것이다. 대학원 교수와 학생뿐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체류 중인 신부들도 성지순례 일정을 함께하며 안내와 강론 등을 도맡았다. 강 변호사는 성지 곳곳에서 그리스도의 생생한 숨결을 느꼈다. 그야말로 걷고 기도하며 생각하는 은총의 시간을 보냈다.

 미켈란젤로가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에 그린 벽화 `최후의 심판` 앞에선 발길이 멈췄다. 유독 지옥으로 떨어지는 이들에게 눈길이 갔다.

 "착하게 살라는 경고 메시지처럼 느껴졌어요. 내가 안 떨어진다는 보장도 없고…."

 「오래된 영혼」에는 그가 가슴으로 만난 예수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베네딕토 성인, 프란치스코 성인 등 오래된 영혼들과 만남을 잔잔히 풀어냈다. 어지러운 사회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과 진정한 버림과 헌신, 믿음과 용서에 대해서도 묵상했다.

 "자신을 배신한 유다를 예수님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지혜로운 식견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서로 가치관이 달라도 서로를 인정해야죠. 미우나 고우나 같이 살아야 하잖아요."

 강 변호사는 "진정한 버림과 헌신을 이야기하기 전에 서로를 인정하고 분노를 참는 법을 익혀야 한다"며 "올해는 삶에 대한 식견을 넓혀 지혜롭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서 마음에 와닿는 성경구절을 발견했다. "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6)다.

 "마리아는 미혼모로 아기를 낳은 후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불평을 하거나 울부짖을 수도 있었잖아요. 그런데 그는 마음 속에 간직했어요. 사실 하루 전날 무지 화나는 일이 있어 분노를 표출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깊이 반성하고 새기면서 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어요. 화를 가라앉히는 계기가 됐죠.(웃음)"

 강 변호사는 "미사와 피정, 성경 묵상 등이 많이 부족한 내가 마음을 다스리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면서 "인간 사회에 대한 근원적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예수와 사도들의 이야기에 대해 더 공부할 필요를 느낀다"고 말했다.(웅진지식하우스/1만3000원)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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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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