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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농부시인의 행복론」, 「부끄럽지 않은 밥상」 펴낸 서정홍 시인

“자연 가까이 머물 때 행복도 다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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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농촌 들녘에선 거름 냄새가 진동한다. 잘 발효된 거름밥을 먹은 땅은 푸르른 싹을 틔울 준비에 분주하다. 곧 우리 밥상은 새로운 먹을거리로 풍성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 밥상이 어떻게 차려지는지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농약으로 버무려진 수입 농산물을 먹고서도 배만 부르다며 웃는다. 내 정신이 메마르고, 내 아이의 마음이 갈라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다. 이들에게 시인이 먼저 말을 걸었다.


“지금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농부가 넌지시 대답해준다. 행복하기 위해 우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자연을 떠난 삶은 그 자체가 불행이라고.

야멸치게 묻고 풍성한 대답을 주는 이 사람, 사람 냄새 흙냄새 진하게 배인 글을 쓰는 ‘농부 시인’ 서정홍(안젤로)씨다. 새봄맞이에 나서며 그가 평화로운 생명 세상을 꿈꾸며 펴낸 책 「농부시인의 행복론」(녹색평론사/267쪽/1만1000원)과 「부끄럽지 않은 밥상」(우리교육/275쪽/ 1만 3500원)을 권해본다.

농부시인은 1996년 생명공동체운동에 첫발을 내디뎠다. 우리밀살리기운동과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하면서 생태귀농학교도 만들었다. 그러다 부끄러워 농촌으로 들어갔다. 경남 합천 황매산 기슭에 작은 흙집을 올렸다. 농사를 지으며, ‘열매지기공동체’와 ‘강아지똥학교’를 열고, 이웃들과 함께 배우고 깨달으며 살아간 지 7년째다. 마을에서 가장 젊다는 이유 하나로 공소회장직도 겸한다.

“농촌 살리겠다고 설치며 ‘농약 치지 마라’ ‘땅을 살려라’ 강조해왔는데, 농민들 의식 개선한답시고 농촌을 방문하니 농민들 대부분이 70~80대 노인들인 겁니다. 그분들은 이미 건강하고 깨끗한 농사를 짓고 계셨죠. 비닐하우스에서 농약 치며 대량생산으로 돈 버는 농사에는 젊은이들이 나서고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어렵게 지은 곡식을 별 생각 없이 먹었던 삶이 창피했습니다. 황금보다 귀한 거름이 되는 똥오줌을 마구 버리는 도시의 삶이 부끄러웠습니다.”

농부시인은 더 늦지 않게 도시 사람들을 하느님이 만드신 자연의 장으로 돌려보낼 때라고 말한다. 더 이상 자라나는 아이들을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촌과 생명을 살리지 못하면 종교 또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의사 1000명이 나오는 것이 좋습니까? 농약 안치고 농사짓는 농부 한 명이 나오는 것이 좋습니까? 아니면 판검사 1000명이 나오는 것이 좋습니까? 죄 안 짓고 살아가는 착한 사람 한 명이 나오는 것이 좋습니까?”

모두가 농촌에서 농사 지으라고, 자본주의적 가치관을 몽땅 내려놓으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무슨 밥상인 줄도 모르고 우리 삶이 어떻게 망가지는지도 모르고 사는 삶에 대해 한 번 돌아보자고 권고한다. 생명을 살리는 희망을 공유하자는 뜻이다.

“최근엔 언론보도 등의 영향으로 많은 이들이 생명농업의 중요성과 가치 등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또한 내 자식은 그렇게 ‘존중하고 칭찬하는’ 그 농부가 절대 돼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실천할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도시인들에게 농부시인은 자주 농촌에 놀러오라고 말한다. 각 책에서는 농부로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가감 없이 풀어냈다. 우리 농업의 현실과 각기 다른 이유로 산골마을을 찾은 이들의 소박하고 착한 삶도 진솔하게 엮어냈다.

농사에 뜻을 둔 이들만 읽을 책이 아니다. 사람 사는 것에 관심 있고, 도심의 삶에서도 죄를 좀 덜 짓고 살아가길 원하는 이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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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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