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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해외 선교 에세이 「실패하니까 사람이다」 펴낸 최강 신부

“실패 통해 겸손 참의미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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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 신부는 현재 멕시코에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실패를 인정하고 돌아서는 길은 참으로 멀고 괴롭더군요.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겸손을 온몸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쓰디쓴 실패를 경험하고 새로운 출발을 앞 둔 이들이여, 우리는 절망, 그리고 다른 이들과 비교하는 행위 두 가지만 내려놓으면 됩니다.”

최강 신부(한국외방선교회)가 세 번째 에세이 「실패하니까 사람이다」(232쪽/9000원/가톨릭출판사)로 꽁꽁 닫아둔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최 신부는 해외 현지인 사목활동은 물론 글로써도 ‘함께 사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나눠온 선교사다. ‘나는 넘버쓰리가 두렵다’, ‘밴댕이 신부의 새벽고백’등 기존 저서들은 입소문만으로 교회 내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다.

「실패하니까 사람이다」는 최 신부가 ‘선교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파견된 중국에 머물며 쓴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중국으로 떠나 뿌리를 내리려 무척이나 애썼다. 그러나 처절한 실패만을 경험하고 ‘덜덜덜’ 떨며 중국을 탈출해야 했다.

이메일 인터뷰에서 최 신부는 “그동안의 책은 타인을 염두에 두지 않고 하느님께서 비워주시는 지혜와 깨달음의 빛을 내 안에 잘 정리해두기 위해 썼지만, 이번 책에서는 이 땅의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과 나누고픈 이야기들을 담아냈다”고 전했다.

최 신부는 “우리는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죄를 짓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며 “문제는 우리가 그 죄에 대해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느냐 그렇지 않느냐”라고 토로한다.

“지은 죄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죄를 짓기 이전의 상태로 회복하려는 최대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죄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참회와 용서로 충분합니다. 변명과 위장은 지은 죄에 대한 우리의 형기를 고통스럽게 늘려갈 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이번 에세이집에서도 사제의 시각으로 전하는 지혜는 물론 사람들의 내면을 읽어내는 섬세한 감수성이 돋보인다. 특히 이 책에서는 선교사로서 겪는 일상에서의 ‘외로움’에 마음이 가 닿는다.

어느 날, 천년 같은 기다림 끝에 김치찌개를 끓여 밥을 푸려는데 밥통이 텅 비었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찌개 바로 옆에 놓인 빈 밥통을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시장기는 다 어디로 도망가고 갑자기 제 가슴을 적시는 감정은 외로움이었습니다. … 풍요로운 듯 보이지만 제일 중요한 것 한 가지가 없어서 모든 의미가 사라져 버리는 것, 내 존재의 의미마저 희미해져 가는 것….”

최 신부는 주식이 빠진 밥상, 주님이 멀어진 선교지에서의 삶이 바로 외로움의 시작이었다고 고백한다. 밥 없이 반찬만으로 포만감을 느낄 수 없듯 주님 없이 활동만 있는 선교사의 삶은 풍요롭지 않다는 자기반성의 하나였다.

현재 최 신부는 멕시코 캄페체교구 산프란치스코본당에서 사목 중이다. 이 본당은 스페인 선교사들이 미주 대륙에서 처음으로 세운 선교센터의 맥을 잇고 있지만, 관할지역은 가난하고 문맹률과 냉담률도 높은 선교의 사각지대다. 이곳에서도 매일매일 다양한 어려움들과 맞닥뜨려야 한다. 하지만 최 신부는 실패와 실수 속에서도 어려움들을 이겨내며 오늘도 목청을 높인다. 사랑이 우리들 삶의 전부라고. 수고 뒤에야 주님을 향한 깨달음의 여정에 더욱 큰 진전이 있다고.

최 신부가 일상에서 길어 올린 다양한 묵상과 지혜의 나눔은 인터넷 카페(cafe.daum.net/frchoikang)에서도 지속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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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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