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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가톨릭 역사소설「파격」펴낸 임금자 수녀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 길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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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자 수녀가 자신이 쓴 소설「파격」을 펴들고 설명하면서 잔잔히 미소짓고 있다.
   나이 70줄 노 수녀가 역사 소설을 냈다. 728쪽에 이르는 장편 「파격」(다섯수레)을 쓴 임금자(알퐁소,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수녀다.

 "한국에 천주교회가 들어온 것은 엄청난 역사적 사건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조선사회의 천주교 수용을 종교사적으로만 보려 하고 있습니다. 이를 넘어 한국사 안에서 천주교 수용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소설 형태를 빌어 제시해 보고 싶었습니다."

 「파격」을 쓰게 된 배경이다. 임 수녀는 대만 보인 대학에서 중국철학을 전공한 철학박사로, 수원가톨릭대에서 신학생들을 가르쳤다.

 임 수녀는 그러나 순교신심 위주의 기존 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천주교 신자들에게 순교신심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천주교 수용은 신자들에게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도 엄청난 의미를 지닌 역사적 사건입니다. 거시적 안목에서 보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천주교 통해 백성 의식이 바뀐다

 이를 위해 지은이는 가공의 두 인물을 전면에 등장시킨다. 특출한 외국어 습득력을 지닌 역관 김재연과 몰락한 양반 가문으로 거상이 된 정시윤이다. 중국과 조선을 드나들며 정세를 누구보다 빨리 간파할 수 있었던 역관과 상인의 눈으로 1830~40년대 조선과 중국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 한 것이다. 당시 중국은 아편전쟁 이후 외세가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었고 조선에서는 민중들 사이에 천주교가 급속히 퍼져가고 있었다.

 "천주님 앞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천주교 가르침은 반상의 신분 구별이 엄격한 조선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천주교의 평등 사상이 백성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천주교를 통해 백성 의식이 바뀐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점입니다. 그러나 기득권자들은 이 변화를 거부합니다. 그 결과가 천주교 박해(1839년 기해박해, 1846년 병오박해)로 나타난 것입니다."

 소설의 두 주인공 김재연과 정시윤은 이를 안타까이 여긴다. 그래서 조선이 참으로 변화하려면 소수 특권층만이 누리는 신분제도의 고착화된 틀, 즉 격(格)을 깨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또한 소설 제목 파격(破格)이 의미하는 바이기도 하다.

 임 수녀는 소설에서 김대건 신부도 새롭게 조명한다.

 "유학생 김대건은 세실 제독의 통역관이 돼 난징 조약의 현장을 목도합니다. 대국 중국이 서양 세력에 맥없이 무너지는 현장을 직접 본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는 순교하기 전 영의정 권돈인에게 하루 빨리 프랑스와 조약을 맺으라고 권하는데 이는 단지 천주교를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변화를 수용하고 변해야만 나라가 살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었습니다."

민족사 안에서 천주교 위상 밝혀

 소설은 병오박해로 김대건 신부가 순교한 후 김재연이 친구 정시윤과 정시윤의 양아들이자 자신의 친아들인 수련을 미국으로 떠나보내고 나서 말을 탄 채 요동벌판을 달리며 아들에게 속말을 건네는 것으로 끝맺는다.

 `한 길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파격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파격이 없다면 세상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살 만하고 많은 사람들은 고통스럽고 의미없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우리는 늘 파격을 하며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너도 그렇게 살아라. 그것이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 길이다.`

 이 마지막 말은 또한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임 수녀는 소설을 쓰는 데 4년이 걸렸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서로 부딪칠 때였다고 고백한다. 결국 역사에 충실하는 쪽을 선택했다.

 또 글을 쓰면서 유진길과 특히 김대건 신부를 새롭게 확인했다는 임 수녀는 "민족사 안에서 천주교의 역할과 위상을 밝히고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60여 년 전 이 땅의 역사가 한 수도자의 손 끝에서 살아나면서 오늘 우리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파격`이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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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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