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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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잊혀진 질문」 펴낸 차동엽 신부

“우리들 근원에 대한 질문 속 시원히 풀어드릴게요”/ 영적 목마름에 고통받는 현대인/ 위로·치유에 교회 나서야 하지만, 적절한 역할 해내지 못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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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쯤,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의 손에는 A4용지 두 쪽 분량의 질문지가 건네졌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이 평소 가깝게 지내던 신부에게 남긴 질문들이었다.

당시 답변자로 정의채 몬시뇰(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이 추천됐다. 정 몬시뇰은 이 회장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이 만남은 이 회장의 갑작스런 선종으로 무산됐다. 질문들은 이후 24년의 시간 동안 잊혀졌다.

총 24가지였다. 오랜 시간 숙고해, 거르고 거른 흔적이 역력한 정제된 질문이었다. 그런데 이 질문들. 이 회장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한 번쯤은 공통적으로 의문을 가져본 내용들이다. 실존에 대한 깊은 고뇌였다. 망설임 없이 나서야 했다. 차 신부는 이 회장의 질문들을 ‘빙자해’ 이 시대를 사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에 응답했다.



신의 존재를 증명해보일 수 있나, 신이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는가, 왜 악인을 만든 것일까, 왜 죄를 짓게 내버려두나, 천주교를 믿지 않고는 천국에 갈 수 없는가, 부자는 악인인가, 내가 사는 이유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봄직한 질문이다. 절망 앞에 섰을 때, 허무의 늪과 맞닥뜨렸을 때, 고통으로 신음할 때 누구의 입에서든 쏟아지는 물음이다. 하지만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 가장 절박하게 내뱉는 이 물음들의 답을 차 신부가 채워나갔다. 차 신부는 안식년 기간, 기도와 묵상을 채우는 가운데 짬짬이 밀린 숙제를 하듯 메모를 더했다. 그렇게 엮은 책 「잊혀진 질문」(372쪽/1만6000원/명진출판)은 새해, 교회와 세상이 소통하는 물결의 폭을 더욱 넓히는 데 힘을 싣고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인생인가’에 대해 풀어냈다. 이어 각 질문들은 ‘생명의 몸살’, ‘고독한 영혼의 초월본능’, ‘내 인생의 비밀코드’, ‘피할 수 없는 물음’ 등 총 4개 파트로 나눠 담아 조목조목 찾아볼 수 있게 했다.

한 예를 살펴보자.

“어려울 때만 하는 얌체기도에도 응답이 있는가.” 차 신부는 우선 “기도는 그 응답과 관계없이 이미 그 자체로 위로이며 보상”이라고 강조한다. 왜 고통을 주었는가에 대해 밝히기 전에 먼저 고통의 보호 기능, 단련 기능, 정신적 성장의 계기로서의 기능 등을 먼저 설명한다. 최대의 행복효과 찾기, 가치관 뒤집기 등 물음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사항들도 각종 예화와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덕분에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차 신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답변을 위해 학술적인 사변은 뒤로 물렸다”고 토로한다.

몇몇 사람들이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예민한 시기에 특정 기업을 홍보하는데 이용당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부정적 의견도 내뱉었다. 하지만 차 신부가 이러한 질문들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기존에 차 신부가 펴낸 책들도 일반 대중들의 목마름을 채워주기 위해, 그들의 질문에 응답하고자 쓴 것이 대부분이었다.

“성경말씀에도 희망에 대해 묻는 이에게는 그가 누구든지 답변해 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제에게는 가난한 이도 부자도, 높은 이도 낮은 이도 없습니다. 단지 ‘목마른 영혼’만이 있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차 신부는 저서 「무지개원리」를 통해 세상 안에서 갈등하고 목말라하는 이들에게 다가갔다. 도움을 청하는 이들이 올바르게 돈을 벌길 또 성공하길 응원했다. 그리곤 차 신부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돈을 벌고, 성공한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이냐고. 연이어 이번 기회엔 「잊혀진 질문」을 통해 보다 깊이 있는 응답을 제시했다.

차 신부는 이 시대 흐름을 교회로 돌리는데 앞장서는 복음화 커뮤니케이터의 대표 주자다. 이번 인터뷰에선 최근 우리사회 흐름과 관련해서도 “인생에 대한 답을 주는 큰 목소리들이 교회 밖 인물들의 것을 냉정히 바라봐야 한다”는 조언을 전했다 .

대중들이 안철수 서울대교수, 시골의사 박경철 등을 내세운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대중들은 이른바 분노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화를 풀어주고 위로하고 치유하는데 0순위로 나서야할 곳이 바로 교회다. 그러나 정작 교회는 그러한 ‘영적 수요’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대중들에게 던진 말들을 살펴보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신 것에 비하면 싱겁기 짝이 없습니다. 일시적인 위로일 뿐 내면을 충족시키는 진정한 답이 아닙니다. 예컨대 그들의 강의를 들어도 마음 깊은 곳의 분노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차 신부는 “일반인들과 사회를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올바로 회개하고 가치관을 갖출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며 “이 세상과 사람들에게 교회가 무엇을 주고 있는지 깊이 성찰할 때”라고 역설한다.

‘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이란 부제를 붙인 「잊혀진 질문」. 이 책에 담긴 각 질문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종교의 올바른 의미와 나아갈 바를 명료하게 제시한다.




가톨릭신문  201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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