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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문화기획] 음악으로 읽는 수난기 ①수난곡의 역사 형태

음률 붙여 장엄하게 봉독되는 수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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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시기에 가장 많이 봉헌하는 기도가 있다. 바로 ‘십자가의 길’이다. 부활을 기다리는 40일 동안 그리스도가 걸었던 수난길에 동참하자는 의미다. 교회는 기도로만 수난길에 동참하는 게 아니다. 사순기간에 쉽게 들을 수 있는 ‘수난곡(Passio, Passion)’ 역시 인간을 위해 선택한 주님의 수난을 신자들에게 음악으로 들려준다. 이번 사순시기에는 마태오와 마르코, 루카, 요한복음을 바탕으로 한 수난곡과 가톨릭과 개신교에서 작곡된 수난곡 등을 통해 그리스도가 남긴 수난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첫 번째로 수난곡의 역사와 형태를 소개한다.



■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노래하다

수난곡은 말 그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소재로 한 교회음악이다. 교회는 전례를 장엄하게 집전할 경우, 음률을 붙여 복음을 낭송하곤 했다. 특히 성주간에는 주님 수난기를 성대하게 봉독했다. 성주간 첫날인 주님수난성지주일에는 마태오 수난기, 성화요일은 마르코 수난기, 성수요일은 루카 수난기, 성금요일에는 요한 수난기를 봉독했다.

9세기부터는 수난기를 낭송할 때 복음사가, 예수, 그 밖의 사람들 등 각 배역에 따라 다른 음높이의 낭송률을 배정했다. 배역은 ‘씨’(c), ‘티’(t), ‘에이’(a) 등으로 표현했는데, ‘씨’는 ‘유창하게’ 혹은 ‘빠르게’라는 뜻으로 복음사가 역을 뜻한다. ‘티’는 ‘붙잡다’ 혹은 ‘끌고 가다’는 뜻으로 예수 역을 말한다. 예수 역할은 복음사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점잖은 속도로 노래한다. ‘티’는 14세기부터 십자가 표시로 바뀌기도 했다. 이 표시는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로마미사경본’에서도 볼 수 있다. ‘에이’는 ‘높은 곳에서’라는 뜻으로 기타 배역을 의미하며 유대인, 예수의 제자들, 군인들, 빌라도 총독, 백성의 무리들이 여기에 속한다. ‘에이’는 경우에 따라 ‘에스’(s)로 표현되기도 한다.

■ 음악적으로 풍성해지는 수난곡

수난곡은 9~10세기에 시작돼, 18세기까지 다양한 음악적 형태로 만들어진다. 단선율 수난곡은 세 종류의 등장인물이 낭송률의 빠르기와 음고를 다르게 하며 부르는 형태이며, 모테트풍(무반주 다성 성악곡) 수난곡은 전체를 다성부로 작곡한 것으로 가장 오래된 작품은 앙트와드 드 롱가바르가 1510년 경 작곡한 곡이다. 또한 복음사가 부분은 그레고리오 성가의 낭송률을 따라 빨리 노래하고 독창자와 군중 부분은 다성부로 노래하는 화답식 수난곡도 있다. 이와는 비슷하게 군중 가사만 다성부로 구성하고, 그 외의 등장인물은 단선으로 낭송하는 곡을 폴리포니 수난곡이라고 한다. 폴리포니 수난곡은 모테트풍 수난곡보다 역사가 길다.

17세기에 나오기 시작한 오라토리오풍 수난곡은 오라토리오, 오페라, 칸타타 등 성악곡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그레고리오 성가 낭송률을 따라하던 단성부 부분을 독창식의 레치타티보(recitativo, 대사내용에 중점을 둔 창법)나 평성가식(단선율의 성가)의 낭송률로 대치하고, 합창이나 아리아, 합창곡을 첨가하는 형식이다. 오라토리오풍 수난곡은 음악적으로 가장 발달한 수난곡으로, 18세기에는 수난 오라토리오의 홍수 시대를 맞았다. 20세기까지 그 영향력을 미쳐 쿠르트 토마스, 디스틀러, 페핑, 아스렌 등이 성서적 수난곡을 발표했다.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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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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