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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전례복 디자인했던 디자이너 장 샤를 드 까스텔바작

예수님 위해 재능 사용하는 건 기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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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스텔바작이 자신이 디자인한 전례복을 보여주고 있다.
 

 1997년 8월 24일 제12차 세계청년대회 폐막미사가 봉헌된 프랑스 파리 롱샹경마장. 미사를 주례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전례복에 120만 청년들 시선이 집중됐다.

 하얀 바탕에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빛깔 무지개색 십자가를 수놓은 화려한 전례복이었다. 함께 미사를 집전한 주교와 사제 5500여 명의 전례복에도 일곱 빛깔 무지개색 십자가가 새겨져 있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장 샤를 드 까스텔바작(63)의 `작품`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까스텔바작` 한국 진출과 작품 전시회를 위해 방한한 그를 4월 27일 전시회가 열린 서울 홍익대 교정에서 만났다.

 까스텔바작은 "내가 디자인한 전례복과 티셔츠를 입은 교황님, 주교님, 신부님, 수많은 청년들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면서 패션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 세계청년대회가 끝난 후 내 신앙은 한층 풍요로워졌다"고 말했다.

 세계청년대회 때 교황을 비롯한 주교ㆍ사제단이 입는 전례복 디자인을 전문 디자이너에게 맡긴 것은 1997년 대회가 처음이었다. 그가 디자인을 맡게 된 계기도 극적이었다.

 사제인 그의 사촌동생은 1990년대 파리의 가장 큰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돌보는 사목을 했다. 어느 날 까스텔바작을 만난 사촌동생은 "교도소 미사에 참례하는 재소자가 적어 우울하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그 말을 들은 까스텔바작은 빨강ㆍ파랑ㆍ노랑ㆍ초록색 십자가를 수놓은 전례복을 만들어 사촌동생에게 선물했다. 아름다운 전례복의 효과는 놀라웠다. 사촌동생은 알록달록한 전례복 덕분에 `앵무새 신부`라는 별명이 생겼고, 미사에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재소자들이 참례하기 시작했다. 이 소식은 미국에서 발행되는 `뉴스위크` 잡지에 세 줄짜리 단신 기사로도 실렸다.

 이 기사를 프랑스의 루스티지 몬시뇰이 우연히 보게 됐다. 루스티지 몬시뇰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오랜 친구였다. 세계청년대회가 열리기 1년 전 루스티지 몬시뇰은 까스텔바작에게 "세계청년대회 때 주교와 사제들이 입을 전례복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디자인을 고민하던 그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대홍수 뒤 무지개`를 떠올렸다. 정성을 다해 디자인을 했고, 전례복을 본 루스티지 몬시뇰은 흡족해하며 교황에게도 보여줬다. 아름다운 디자인에 감탄한 교황은 "내 전례복도 디자인 해달라"고 부탁했다.

 "시간이 촉박해 전례복 전체를 디자인 하기는 힘들었어요. 그래서 교황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전례복을 보내주시면 그 위에 수를 놓겠다고 말씀드렸죠. 교황님은 이틀 만에 전례복을 보내주셨어요. 그렇게 해서 일곱 빛깔 십자가를 수놓은 전례복이 탄생하게 된거죠."

 완성된 전례복을 본 교황은 "이 전례복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할 정도로 흡족해했다. 교황은 폐막미사 때만 이 전례복을 입을 계획이었지만 본대회 행사 때마다 이 전례복을 입고 청년들 앞에 나타났다.

 교황이 자신이 디자인한 전례복을 입고 집전한 미사에 참례한 까스텔바작은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 근엄하게만 느껴지던 주교들이 자신이 디자인한 전례복을 입고 젊은이들과 주님을 찬미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루 말 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다.

 "사랑하는 예수님을 위해 내 재능을 쓰는 건 언제나 기쁜 일이에요. 기회가 또 생긴다면 15년 전 청년대회 때처럼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일에 참여하고 싶어요."

 미국의 유명 가수 레이디 가가와 비욘세가 사랑하는 디자이너으로 잘 알려진 까스텔바작은 1000년을 이어온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기숙학교를 다니던 그는 1968년 패션계에 입문,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렸다.

 1988년에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을 받았고, 2002년에는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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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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