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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묵상집 동시 출간한 신달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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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시를 개척한 대표적 시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신달자(엘리사벳) 시인이 자신이 살아온 팔십 년을 “잘못하였습니다”라는 한 마디에 담았다.

최근 팔순을 맞아 지금까지 발표한 1000편이 넘는 시 중에서 182편을 정선한 시선집 「저 거리의 암자」(392쪽/2만원/문학사상)와 묵상집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248쪽/1만6800원/문학사상)를 동시에 출간한 그는 묵상집에서 80년 세월을 ‘잘못하였습니다’로 축소하며 여기에는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도 섞여 있다”고 토로했다.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라는 책 제목은 ‘성공한 시인’, ‘사회 명사’로 설명되는 이력 뒤에 시인이 살아온 순탄치 않은 삶을 대변하고 있다. 2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등단했지만, 학업 및 결혼으로 작품을 쓰지 못하다가 서른 살에 첫 시집을 낸 그는 남편에 이어 시어머니까지 쓰러져 오랜 세월 병시중을 하며 보따리 장사 등으로 가정 생계를 꾸렸다. 남편이 병석에 누운 지 24년 만에 선종하자, 이번엔 자신이 유방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에 들어갔다. 오랫동안 원했던 대학교수의 꿈은 우여곡절 끝에 50세가 되어서야 이뤘다. 미치고, 흐느끼고, 견뎠던 시간이 그려진다.

가혹한 삶의 질곡들 앞에서 강해져야만 했고 강해지고 싶었던 시인은 뭐든 잘해보겠다고 덤비는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자신도 마음과 몸을 다쳤다. ‘잘못했다’는 말은 부족하고 모자란 주제에 운명과 싸워 이겨보겠다고 아등바등했던 자신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허리 굽히고 온몸을 낮게 엎드리며 밝히는 고백이다.

4장에 걸쳐 지나온 삶에 대한 묵상을 펼쳐내는 시인은 어느덧 팔순에 접어들어 ‘모든 게 아슴하고 피가 얼 듯한 고독도 없고 눈알이 터질 듯한 슬픔도 없고’, ‘온몸을 쥐어짜면서 통곡하는 울음도 없는’ 지금이 편안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해 준 모든 사람과 자연에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밝힌다.

지난 시절의 과오를 통렬히 반성하는 고백이자 교만과 아집을 버리고 겸허히 스스로를 낮출 줄 아는 노년의 지혜가 드러나는 묵상집은 지금 일상에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따듯한 위로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이해인 수녀(클라우디아·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는 추천사에서 “딸, 아내, 엄마 그리고 작가와 교수로 살아온 솔직한 고백록이 읽는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전했다.

시선집 「저 거리의 암자」는 시인의 시력 60년을 총 5부로 나눠 결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펴낸 시집에서 그는 이를 통해 여성 특유의 심미감으로 ‘상처를 넘어서는 사랑과 헌신의 서정적 정화’를 다채롭게 쌓아왔다.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시인에 대해 “두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모든 말들이 모두 시가 된다”고 했다. 표제작 ‘저 거리의 암자’는 이런 시인의 시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신달자 시인은 시선집 서문에서 “억눌림을 절제라는 이름으로 달래며 죽음의 발목을 잡을 때 터지는 비명의 언어를 달래며 꾸역꾸역, 아니 가파르게 여기까지 왔다”며 “그 16권의 시집에서 피가 당기는 대로 여기 모셨다. 사람과 자연의 감동이 뜨겁고 아직도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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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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