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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의 햇빛 일기」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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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게 언제나/끝없는 그리움이어서/그러나 실은/언젠가는 꼭/끝나게 될 그리움이어서/그래서 눈물이 난 것이라고.’(‘바다일기’ 중에서)

이해인 수녀(클라우디아·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게는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위로 시인’, ‘치유 시인’이라는 단어가 이름 앞에 붙는다.
지난 수십 년간 우정·사랑·기도 등 특정한 주제로 시를 쓴 적이 있으나 이 수녀 글에 아픔, 고통, 이별이 자주 등장한 것은 2008년 암 환자가 되고서다. 이를 읽은 독자들이 공감하면서 이 수녀는 이에 대한 글을 계속 쓰게 됐다.

어느 순간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편지를 쓸 때 그간 썼던 시의 일부를 인용해 위로를 건네는 때가 많아졌던 그는 손수 뽑은 시 33편으로 소책자 「작은 위로·작은 기쁨」을 만들었다. 선물로 나누기 시작한 책은 호응이 커지면서 해외에서도 요청해 오고 재쇄까지 찍는 상황이 됐다.

「이해인의 햇빛 일기」(264쪽/1만6000원/열림원)는 이처럼 비공식으로 만들어 나누던 소책자에 그동안 쓴 새로운 글들까지 포함해 펴낸 책이다. 1~2부에는 새로운 시들을 소개했고, 3~4부는 기존 시들에서 가려 뽑았다.

시집 제목은 ‘햇빛’이 생명과 희망의 상징이라는 의미로 지었다. 이 수녀는 시인의 말에서 “특별히 아픈 이들에게는 햇빛 한 줄기가 주는 기쁨이 너무도 크다”며 “큰 수술 후 회복실에서 듣던 사람들의 웃음소리, 다시 바라본 푸른 하늘, 미음과 죽만 먹다 처음으로 밥을 먹던 시간의 감사한 설렘 등 어느 것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픔을 한 발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가 그리 쉽지 않았으나 그런 노력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때만 다른 이에게도 비로소 조금 더 좋은 위로자가 될 수 있음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집은 이 수녀가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이후 8년 만에 전하는 신작 시집으로서도 시선을 모은다. 1부 ‘내 몸의 사계절’과 2부 ‘맨발로 잔디밭을’에 실린 시들은 투병 중에 나날이 써 내려간 것들이다. 아픔을 겪는 나날이지만 햇빛을 보며 매일 아침을 새롭게 맞이할 넉넉한 양분을 발견하는 체험이 녹아난다. 여기서 그는 숨 쉬는 기쁨을, 우리가 여전히 서로의 곁을 지켜줄 수 있음을 잊지 않는다.

3부 ‘좀 어떠세요?’에는 소책자 「작은 위로·작은 기쁨」 중 24편을, 4부 ‘촛불 켜는 아침’에서는 이전에 발표한 시들 중 16편을 선정했다.

시집에 실린 글들에서는 황인숙 시인의 ‘추천의 글’처럼, 저마다 무슨 일인가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날을 샌 존재들에게 해님처럼 찾아가 따뜻한 기운을 전하려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해인 수녀는 시인의 말을 통해 “이 시집 안의 시들이 누군가에게 다가가 작은 위로, 작은 기쁨, 작은 희망의 햇빛 한 줄기로 안길 수 있기를 소망한다”며 “아침에 눈을 뜨면 ‘또 하루를 살아야겠다’, 밤에 잠자리에 들 때는 ‘또 하루를 살았구나’ 감탄의 기도를 바치면서, 기도하면서 함께 길을 가자”고 당부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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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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