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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펴낸 공지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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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기행 1·2」로 자신과 인간, 신에 대한 성찰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던 공지영(마리아) 작가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성장, 고난과 죽음, 부활의 자취가 담긴 이스라엘 순례를 다녀왔다. 그리고 여정 속에서 마주한 깨달음과 삶에 대한 통찰을 풀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 산문인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에는 공 작가가 지난해 가을 요르단과 이스라엘 성지를 찾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공 작가는 모세가 마지막으로 약속의 땅을 바라보며 생을 마감했던 느보산 모세 기념 성당에서 순례를 시작했다. 이어 예리코와 나자렛, 베들레헴, 예루살렘 등 성경의 장소와 자신의 거처인 하동, 자신의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각 순례지가 주는 묵상과 성찰을 나눴다.

서울에서 경남 하동군 평사리로 삶의 터를 옮겨 3년여를 지낸 작가는 어느 날 십자가 아래 앉았다가 “예루살렘에 다녀와야겠다”고 결심했다. “왜?”라고 물을 틈도 없이 강렬했고 그리움처럼 울컥하며 치밀어 오른 생각이었다.

“이스라엘 순례를 떠올릴 무렵 작가로서 번아웃에 시달리며 ‘더 이상 글을 쓸 수 있을까’하는 심각한 회의에 빠져있었어요. 인생의 후반기를 맞으면서 계속 글을 쓰면서 보낼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삶을 찾을 것인가 하는 기로에서 아마도 하느님께 ‘나 계속 글 써야 해요’라고 묻기 위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작정 ‘이끌림’에 모든 걸 맡기고 떠난 순례였다. 그는 유럽 수도원과 성지를 순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 속에서 요르단과 이스라엘 국경의 풍경,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과 그 분쟁의 아픔을 마주한다. 책은 성경과 예수님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이 뼈대를 이루지만, 작가의 순례 발걸음 속에서 고독·옳고 그름·침묵·고통·믿음·친절·사랑·악·변화·고통·성장 등 삶의 보편적인 주제들을 되뇐다. 독자들이 작가의 순례 일정을 쫓으며 자기 자신도 한번 돌아보게 되는 이유다.

세계 곳곳을 다녀본 작가가 이스라엘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례 후 복음을 더 생생하게 읽는다”고 했다. “사도행전에서 제자들이 돌 맞는 장면들이 선연하고, 예수님이 묶여있었다고 전해지는 감옥을 방문했을 때도 실감 났다”고 전했다. ‘무덤 성당’을 가장 인상적인 장소로 꼽은 그는 “구원사의 정점인 장소이기도 하지만,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보며 성전을 지을 그때 벽돌이나 모든 것에 하나하나 올렸을 기도 같은 것들이 전해져 왔다”고 덧붙였다.

함께 순례했던 일행들이 이스라엘을 떠난 후, 홀로 오랫동안 작가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샤를 드 푸코 성인의 흔적을 찾았던 그는 세속 대신 가난과 사막의 고독을 택하며 예수를 닮고자 했던 혁명 같은 삶을 만나며 여정을 마무리했다.

결론적으로 작가는 순례를 계기로 마침내 동백나무가 죽은 잎을 떨어뜨리듯, 자신의 죽어있던 시간을 떨구고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순례 후 평사리로 돌아온 그는 문학에의 꿈을 시작하게 한 소설가 고(故) 박경리(데레사) 작가를 떠올린다. 한평생 자신의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기 위해 글을 썼던 박경리 작가를 생각하며 다시 펜을 든다. 평사리는 박경리 작가의 소설 ‘토지’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책을 통해 공 작가는 ‘홀로 있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리산 중턱과 섬진강 자락의 자연 속에 살며, “혼자 있을 때만이 더 큰 그분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그는 “혼자라는 것은 자신을 만나는 길이고 하느님을 만나는 길이고 또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라는 책 제목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외로워지지 않으면 자유롭지 못해요. 자유롭지 못하면 무언가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어요. 진리를 택한다는 것은 소수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자신만의 광야를 밤새 헤맨 이들에게 건네는 가슴속 글”이라고 밝힌 공 작가는 “상처받은 분들, 광야에 서 있는 것 같이 외로운 분들이 읽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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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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