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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처럼, 사랑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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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했고, 가정을 꾸렸고, 아이들을 낳고, 장남장녀로 대소사를 챙기고, 각자 사회생활을 하고, 교회를 다니던 보통의 이웃집 부부인 우리가 예순이 다 돼서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가서 만 3년을 살고 왔다.”

“가거라!” 미사 영성체 후 묵상 중에 가슴에 내려앉은 한마디는 송성호(토마스)·강은형(로사) 부부를 탄자니아로 이끌었다. 그리고 2018년 6월 26일 탄자니아 다레살람 줄리우스니예레레 공항에 발을 내디딘 후, 2022년 1월까지 부부는 꼰솔라따 선교 수도회 한국 첫 평신도 선교사로서 현지인들과 동고동락하며 말씀을 나누는 삶을 살았다.

책은 ‘보통 사람들’로 건강한 신앙생활을 하던 은퇴기 부부가 탄자니아로 떠나 사랑을 몸소 배우며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선교 에세이다.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며 여행하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인증사진을 찍고 취미활동을’ 하는 은퇴 이후의 채우는 여행에서 벗어나 해외 선교를 통해 전혀 새로운 삶의 의미 더하기에 도전한 이야기다. ‘왜 가게 되었는가?’를 시작으로 ‘초기의 당혹, 좌절 그것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극복해 내었을까?’, ‘선교사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사는 것일까?’ 등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살며 생긴 의문들에 대한 고민 그리고 나름대로 찾아낸 답을 정리해서 엮었다.

수시로 출몰하는 쥐와 바퀴벌레 등 열악한 생활환경과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 문화와 사고방식이 다른 외국 사람과의 쉽지 않은 관계와 소통 문제 등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일기에 기초해서 꼰솔라따 선교 수도회에 보냈던 보고서 부분을 보탠 내용은 이들이 만난 시간과 사회적 영적 공간을 함께 보낸 듯 다가온다.

‘바람에 몸을 맡기듯’ 시작된 선교사의 삶이지만 선교지 생활은 익숙하고 편리한 것과의 결별이며 불편함과 외로움, 교만과 나약함을 이겨내야 하는 도전의 길이다. 불신과 갈등으로 눈앞이 캄캄해져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 번 있었다. ‘내 생각이 절대로 옳다는 생각’이 지배해 부부를 힘들게 했다. 부부가 시선을 교차시켜 들려주는 갈등, 인내, 하느님 체험의 내용들은 선교지가 아닌 일상에서도 신앙인의 삶을 사는 이들에게 공감을 준다. 누군가의 위로가 절실해지고 편안한 집에 가고 싶은 느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랑 맥주 한잔하면서 힘들었다고 위로받고 싶은 심정을 감실 앞에서 울며 털어놓는 장면 등은 선교사의 어려운 삶을 조금이나마 마주하게 한다.

3년여의 세월 속에서 이들이 경험한 것은, ‘선교사가 할 일은 이곳 사람들 가운데서 사랑을 느끼고, 사람들을 사랑하고, 사랑을 보이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힘든 여러 도전 속에서 그들은 함께하시는 하느님 사랑을 절실히 느끼며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삶과 신앙을 키워간다. 윤택한 문명의 이기 속에서 생활했던 편안함, 깊게 배인 배타성, 우월감을 낮은 자세로 돌아본다.

이들에게 선교는 일이나 사업이 아니라 사랑을 배우는 것이고 절대적 선과의 대화이며 삶의 완성을 향한 겸허한 실천의 연속이다. 부부의 도전을 통해 전해지는 탄자니아의 생생한 삶의 모습 속에 단순한 선교기 이상의 정신적 영적 성장의 일기장이 녹아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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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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