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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45) 아이리시맨

악행 일삼은 마피아의 뒤늦은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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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이리시맨’ 포스터.



영화 ‘아이리시맨’은 식당에 고기를 납품하던 트럭 운전사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 역)이 마피아의 킬러로 일하면서 시작되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렸다. 미국 정치계와 마피아, 노동조합의 거대한 권력 싸움에서 평생 마음 둘 곳 없이 살아온 아일랜드 이주민 남성의 불행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랭크는 이탈리아계의 마피아 보스인 러셀 바팔리노(조 페시 역)의 눈에 띄어 살인청부업자로 조직의 인정을 받고, 당시 마피아와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노조위원장 지미 호퍼(알 파치노 역)의 뒷일도 맡으면서 노조의 중책까지 맡게 된다. 보스인 러셀과 또 다른 든든한 후원자 지미와 가족 이상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자신을 인간적으로 믿었던 지미를 배신하면서 그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암투와 배신을 일삼는 갱영화는 모두가 불행하게 되어 관객도 누구 편도 들 수 없게 되고 등장인물들은 모두 죽거나 나쁘거나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도 세력 확장을 위해 트럭 운전노동자 노조가 마피아에 결탁하고, 이탈리아계와 아일랜드계가 서로 뒷배를 봐주기도 하지만 아이리시, 미국, 이탈리안 조직까지 서로가 견제하고 필요에 따라 협력하는 비열한 모습이 영화에 잘 드러난다.

마피아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남다른 가족 사랑인데 새로운 생명을 축복하는 성당의 세례식 장면으로 상징된다. 프랭크도 딸 패기를 극진히 사랑한다. 하지만 딸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거친 해결 방법은 패기의 말문을 닫아버린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평생 헌신했다고 고백하지만, 그가 저지른 악행을 위한 명분이 되지는 못한다. 사건이 있을 때마다 프랭크를 응시하는 패기의 눈빛은 프랭크가 저지른 죄를 알고 있다는 암시로, 복수와 폭력만을 다루는 갱영화와는 다른 차원의 진일보한 응징의 모습이다. 그는 가족의 행복한 삶을 위해 조직에 몸담으며 젊은 시절을 소비하지만, 그의 빗나간 선택으로 소중한 이들을 잃게 되고 그렇게 원했던 딸과의 관계도 회복하지 못한 채 회한의 가득한 모습으로 남은 생을 보낸다.

양로원에서 쓸쓸히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프랭크는 오랜만에 성모송을 바치고 하느님께 용서의 기도를 청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다른 세계에서 살았던 프랭크에게 크게 와 닿지 않는다. “크리스마스가 언제냐”고 묻는 프랭크에게 “곧”이라고 답하는 신부님에게 프랭크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방문을 열어두라고 부탁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크리스마스에 딸의 방문을 기다리는 프랭크는 딸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느님의 구원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평생 마음 둘 곳이 없었다고 회고하는 프랭크의 삶을 바라보며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 당장 죽더라도 두려움 없이 떠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대림 시기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 위해 품위있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11월 20일 극장 개봉

11월 27일 넷플렉스 공개


▲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장,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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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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