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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31)기적

간이역을 만들어낸 산골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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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에페 4,32)

지난 9월 15일 개봉한 이장훈 감독의 영화 ‘기적’은 1988년 기차는 지나가지만, 기차역이 없는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에 사는 고등학생 주인공 ‘준경’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간이역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준경은 청와대에 54번이나 편지를 써서 간이역을 만들어달라는 청원을 올리지만 어떤 답신도 받지 못했고, 기관사인 아버지 ‘태윤’은 아들의 무모한 도전을 무시하고, 마을 사람들은 철로를 걸어 가까운 기차역까지 가서 기차를 타야 하는 불편한 현실을 받아들인다.

사실 준경이 간이역을 만드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어린 시절 누나와 함께 철로를 걷다가 다가오는 기차를 피하다가 누나가 사고를 당한 것에 대한 상처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철로에서의 사고는 계속 이어지고, 언젠가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자신이 나서서 근본적인 해결을 하려고 한다.

새로운 학교에서 사귄 여자친구 ‘라희’의 도움을 받아 맞춤법에 맞게 편지를 고쳐 쓰고, 대통령 표창이 걸린 수학 경시 대회에 나가기도 하지만, 간이역의 꿈은 요원하다. 다행히 간이역을 만들겠다는 시골 소년의 이야기가 철도 관련 잡지에 소개되면서 간이역을 만드는 것을 허락받지만,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결국 마을 사람들은 힘을 모아 땅을 일구고, 간이역을 만들게 된다.

이 영화는 실제로 역명부터 대기실, 승차장까지 마을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 대한민국 최초 민자역 ‘양원역’을 만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이 역은 현재까지도 무궁화호가 정차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역으로 남아있다.

이 영화에는 간이역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함께 준경과 라희의 로맨스, 준경이 하늘의 별을 동경하며 그의 꿈을 찾고 도전하는 이야기가 섞여 있는데,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아버지와 아들, 태윤과 준경의 숨겨진 상처가 자리한다. 거의 대화도 없고, 만나도 살갑게 대하지도 않는 두 사람은 엄마(아내)와 누나(딸)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서로 모르게 짊어지고 있고, 아내와 딸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아버지는 혹시 아들이 잘못될까 봐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엄마와 누나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아들은 그 죄책감에 아버지를 거부한다. 어렵게 서로의 상처와 잘못을 털어놓으면서 그제야 서로를 받아들이고, 보통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신앙인들이 자주 바치는 주님의 기도에는 용서의 신비가 담겨 있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하느님의 용서 이전에 내가 먼저 타인을 용서하는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용서받기 위해서 먼저 용기를 내어 용서를 실천하는 것. 그 대상은 먼저 함께 사는 가족이 되어야 할 것이고, 가족 안에서 용서와 속 깊은 대화가 오고 갈 때 과거의 잘못과 상처는 주님 안에서 치유되고. 진정한 공동체적 용서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조용준 신부(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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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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