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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32)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총기 사고로 딸을 잃은 슬픔과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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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영화는 올해 열렸던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이다. 상영시간이 12분이라 부담도 없고, 넷플릭스에 공개되어있어 안방에서도 안전하게 시청할 수 있다. 토이 스토리 4의 시나리오 집필을 했던 윌 맥코맥과 마이클 고비어가 공동으로 각본과 감독을 맡았고, 애니메이션 감독은 한국인 노영란씨가 담당했다. ‘미나리’의 윤여정씨가 한국인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아 화제가 되었지만,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이 영화의 제작 담당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노영란씨는 계원예대와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학교(CalArts)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프리랜서로 일하던 중, 교수 추천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워낙 소규모라 처음에는 혼자서 작업을 했지만, 작업량이 많아지자 친구 애니메이터 두 명을 영입하여 함께 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그림체가 상당히 동양적인 느낌이라 애니메이터가 일본이나 한국계 미국인이 아닐까 싶었는데,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었다.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은 총기 난사 사고로 딸아이를 잃은 미국의 한 가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식사하고 있는 부부의 모습으로 시작되는데, 마주 보고는 있지만 서로 눈도 마주치지도 않고 대화도 없다. 하지만 각자의 그림자가 서로를 탓하며 언쟁을 하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어서 둘의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남편은 집 담벼락에서, 아내는 세탁기 안에서 딸아이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괴로워한다. 그러다 갑자기 딸아이 방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이끌려 부부는 그 방안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서로의 슬픔을 보듬게 된다. 그리고 회상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말 못할 사정은 아름답지만, 가슴 아프게 펼쳐진다. 작화가 상당히 섬세해서 대사가 없어도 감정이 그대로 살아서 전달되는 힘이 있다. 캐릭터 디자인을 위해 세월호 부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생일’을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이 영화가 공개되면서 SNS에서는 감상 전과 후의 달라진 모습을 다룬 영상들이 유행했었다. 많은 이에게 감동을 준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안고 있는 총기 사고의 문제를 다루고는 있지만, 아주 보편적인 주제를 내세운다. 우리 스스로 서로를 보듬고 힘을 합쳐 사회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를 이 지상에서부터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메시지일 것이다.



강언덕 신부 (이냐시오영성연구소 상임연구원,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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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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