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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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87)로빈 로빈

생쥐 가족 품에서 자란 아기 새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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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고 난 후 만든 과정이 궁금해지는 영화가 있다. 뮤지컬 애니메이션 ‘로빈 로빈’은 정지된 물체를 조금씩 움직여가며 한 프레임씩 촬영하여 마치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 주는 ‘스톱모션’ 기법의 작품이다. 아기자기한 숲과 집들을 배경으로 니들 펠트라는 실제 양털로 조그만 동물들을 만들고, 불과 물 등의 자연 현상마저 손으로 만들어 움직임을 불어넣었다. 덕분에 30여 분의 짧은 작품이지만, 성우들의 차분한 목소리와 따뜻한 음악이 덧입혀진 영상은 관객들을 깊은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둥지에서 떨어진 새 알 하나가 생쥐 가족에게 발견된다. 알을 깨고 나온 꼬마 새를 아빠 생쥐는 ‘로빈’이라고 부른다. 생쥐 가족의 일원이 된 로빈은 생쥐들을 따라 살금살금 인간의 집으로 들어가 음식 부스러기를 훔쳐 나온다. 그런데 태생이 새인지라 스스로는 다른 생쥐들처럼 ‘살금살금’ 걷는다는 게, 반대로 이리저리 부딪히며 온갖 소리를 내고 만다. 생쥐 아빠는 그런 로빈을 한결같이 품어준다. 그가 소중한 생쥐 가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 마을에 쥐덫이 놓이게 되자, 정작 로빈은 자기로 인해 모두가 배를 곯게 되어 슬프다.

모두가 잠든 밤에 로빈은 혼자서 음식을 구해 오리라 다짐한다. 생쥐 가족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다. 생쥐의 귀처럼 자기 머리털을 동그랗게 말아 올리며 야심만만 인간의 집으로 들어간 로빈은 음식 부스러기 대신에 거실 한가운데 놓인 크리스마스트리 꼭대기의 큰 별을 떼어내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 별에 대고 새가 아닌 생쥐가 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다. 로빈은 자신의 본래 모습을 알지 못한 채 살고 있다.

‘로빈 로빈’은 공동체 안에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가족, 친구, 일터, 교회 등 다양한 공동체에 속하며 살아가는데, 만일 우리가 로빈처럼 본래 모습을 알지 못한 채 공동체에 속해 있다면 진정 행복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로빈은 생쥐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떠나 자신과 같은 종인 새를 만나게 되고, 자신이 생쥐로서는 형편없지만 날 수 있는 새란 걸 깨닫는다. 그리고 그제야 그렇게 바라던 부끄럽지 않은 생쥐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다가오는 대림 시기에 발맞추어 따뜻하고 포근한 시간을 만들어 줄 명작 애니메이션이 나왔구나 싶다.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는 큰 별에 소원을 빌고는 비록 바라던 생쥐는 되지 못했지만, 외톨이 꼬마 새 로빈에게 더 큰 선물을 마련하신 그분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짧지만 울림이 큰 작품이다.

넷플릭스 제공



조종덕 요셉(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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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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