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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에는 한때 지구 중심 사목의 하나로 청소년 전담 사제가 있었다. 본당 소속이 아니라 지역 소속으로 청소년 사목을 전담하는 사제를 4개 지역에 배치한 것이다. 그중 한 지역에 내가 가게 되었는데 사실 교구 초창기이기도 했고 새로운 사목을 시도해야 했기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그중에 가장 큰 어려움은 양성된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지역에서 봉사하던 교사들도 하나둘 떠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봉사자들이 소모적으로 자신의 재능을 쏟아 붇고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기쁨을 맛본다면 교회의 일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기초부터 새롭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교사들에게 지역 청소년 사목의 비전을 공개하고 함께할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교사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홍보에 긴 시간을 보내고 첫 모임을 하는 날이었다. 나는 많은 이들이 와주기를 바랐지만, 모인 사람은 나를 포함해 세 명이 전부였다. 숫자로 보면 너무 적어서 실망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모임이 진행되면서 인원도 늘어 이제는 구체적인 역할을 정하면서 이 그룹을 조직화하려는 조금은 음흉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제 우리 무엇을 할까?’ 하고 각자의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나에게 경종을 울리는 말을 해주었다.
“신부님,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보다 우리가 이 자리를 지금처럼 꾸준하게 지켜가는 게 좋겠어요.”
아차! 싶었다. 이전까지 교사들을 소모적으로 사용해왔기에 시작한 모임이었는데 나마저도 이들을 소모적으로 쓰고 싶어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끄러워졌다. 이 친구의 말이 우리 모두를 일깨워 주었고, 지금까지 청소년 사목을 하면서 양성의 가치를 알게 해주었다.
양성은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다. 실망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과정에서, 그 공동체에서 교회의 일꾼이 자라나는 것이다. 예수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