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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아기가 누려야 할 ‘아빠 사랑’ 처음부터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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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사망한 남편의 정자를 이용한 아기 출산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 구인회 교수(마리아 요셉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 구인회 교수

지난해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한 호주 여성의 출산 사연이 국내 신문에 보도되었다. 이 여성은 사망한 지 48시간 이내에 남편에게서 추출한 정자로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했다고 한다. 여성은 죽은 남편의 정자로 인공수정하는 법적 허가를 받기 위해 고향을 떠나 수도 캔버라로 가서 허락을 받은 후 어렵사리 인공시술을 해줄 의사를 구해 아기를 낳았으며 이 사건은 죽은 남편에 대한 여성의 변함없는 사랑의 감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미화하는 보도였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다. 사망한 남편의 정자를 이용해 출산한 아기를 친생자로 인정한 판결이 최근에 보도되었다. 무엇보다 태어난 아기에 대해 친부를 가려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이 아기도 평범하게 태어난 다른 아기들과 마찬가지로 축복받고 행복한 아기로 자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 사건에는 윤리적 문제뿐 아니라 법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이미 첫째 아기도 시험관 시술을 통해 낳은 아기 엄마는 남편의 사망으로 인해 말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한 남편이 위암 투병 중에도 둘째 아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홀로 아기를 낳아 기르겠다고 결단하고 냉동해두었던 남편의 정자를 이용해 두 번째 시험관 아기를 출산했다고 한다. 이미 사망한 남편의 아기를 낳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책임 있는 옳은 결정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병상에서도 둘째 아기를 갖고자 원했던 남편의 뜻을 실현하는 것만이 그에 대한 사랑의 완성일 수는 없는 것이다. 태어날 아기에 대한 배려도 했어야 한다. 태어난 아기가 자라면서 누려야 할 아빠의 사랑이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음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시험관 시술에는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배아 생성에 관한 준수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3조(배아의 생성에 관한 준수사항) 2항 2호에서는 사망한 사람의 난자나 정자로 수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같은 법 제67조(벌칙)는 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경우 시술한 의사는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 의사는 이 법을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시험관 시술을 행하는 의사라면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경우에 위법 행위가 되는지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사망한 사람의 정자임을 몰랐을 리도 없다. 배아 생성을 하는 경우 배우자가 있으면 그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배우자가 사망했음이 확인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사망한 남편의 아기를 낳고자 한 여인의 요구를 들어준 의사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흔치 않은 경우이지만 분명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사건으로 앞으로 이러한 위법행위가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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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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