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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도 나눠본 적 없는 생리주기 서로 공유… 여성으로 동질감 느끼며 ‘하느님의 선물’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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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서울 생명위 공동 기획 ‘자연출산 교육 기초과정’ ④

나의 초경은 중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방학이었다. 그 일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없다. 어렴풋이 남아있을 뿐. 나는 많이 놀랐고 엄마는 별로 놀라지 않았던 기억이 전부다. 어린 나이에 놀랐던 나는 그날 엄마에게로 곧장 갔다. 그때도 부엌에서 설거지하던 엄마는 놀라는 기색 없이 담담히 생리대 착용법을 설명해주셨다.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어느새 20년 내 몸은 임신했던 때와 수유기를 제외한 모든 달에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호르몬의 분비 주기에 반응해 자궁내막이 떨어져 나왔다(월경). 여리고 작은 몸으로 여성으로서 겪어야 할 몸의 변화를 받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 아랫배와 허리가 아팠고 그날이 오면 기분이 우울하고 언짢았다.

14일 자연출산조절법 기초강의 다섯 번째 시간. ‘생명의 복음’을 주제로 한 정재우(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신부 강의와 호르몬 기전을 주제로 한 이경민(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간호사 강의가 끝나고 수강생들은 조별로 모여 앉았다.

모두 여성이었지만 직업과 나이는 달랐다. 20~30대 여성부터 50~60대 중장년층 여성들.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 수업을 듣는 학생도 있었고 자연출산조절에 관심이 있어 온 모녀도 있었다. 이미 폐경기에 접어들었지만 공부하고 싶은 열의로 참석한 장년층 여성들도 있었다. 몇 명의 수도자도 있었다.

각자 배란 주기표에 매일 작성한 점액의 양상을 발표하는 시간. ‘행복한 가정운동’ 이숙희(데레사) 회장은 한 사람씩 발표할 때마다 큰 칠판에 그 사람의 점액 양상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내 차례가 다가왔고 하루하루의 점액 형태를 발표하는데 목소리가 기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동성으로서 가장 친한 엄마와도 이런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는데 같은 여성이라지만 이렇게 낯선 곳에서 이런 걸 발표해야 한다니. 칠판에 내 생리주기를 적어 만천하(?)에 공개하고 조원들과 함께 배란법을 통해 내 가임기와 불임기를 함께 찾아 나갔다.

나 혼자만 알고 있던 나만의 내밀한 성(性)이었는데 어느새 우리 사이에 여성으로서의 동질감 같은 게 느껴졌다. 다른 조원이 생리주기를 발표하면서 자신의 감정 변화도 이야기하는데 같이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맞아 맞아! 나도 그래.’

우리는 서로 생리주기를 공유하면서 나의 우리의 생식기가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진 선물임을 다시 확신했다. 예민하고 민감했던 사춘기 생리 전에는 호르몬 분비로 감정이 예민해진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질풍노도의 시기에 내 감정을 더 잘 다스릴 수 있었을 텐데….

한 여성으로서 한 생을 거쳐 가고 있는 엄마도 여성의 호르몬 기전을 배울 기회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성으로서 더 행복했을 텐데. 더 나아가 우리 외할머니도 알았더라면.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유홍준 문화평론가)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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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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