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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치과에서 만난 예술, 과일껍질·나뭇잎이 작품으로

최엘라 작가의 ‘내추럴아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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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엘라 작가가 서울시 장애인치과병원 복도에 전시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성동구 마장로에 위치한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 병원 중에서도 들어서기 꺼려지는 진료 과목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치과 복도가 마치 꽃동산처럼 노랗고 빨갛고 푸릇푸릇한 사진으로 가득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꽃잎, 나뭇잎, 과일 껍질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이 예쁘고 싱그러운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아파트 주변에 떨어진 네잎클로버나 집에서 나오는 채소 껍질로 뭔가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저에게는 모두 재료인 셈이죠.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집콕생활’이 길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작업을 해 본 거예요.”

이름하여 ‘내추럴아트’. 떨어지고 버려진 소재만을 활용해 평면에 토끼나 우산 등을 형상화한 뒤 사진으로 담아낸 이들 작품은 그 어느 세대보다 디지털에 익숙한 20대 초반의 대학생 최엘라(미카엘라, 20) 작가의 손에서 빚어졌다. 게다가 그녀의 전공은 어쩌면 자연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산업디자인’이다.


 

 

전시회 포스터

 


“컴퓨터 작업을 정말 많이 하는 학과인데, 개인적으로는 주변의 나뭇잎만 봐도 좋아요. 초록이 주는 에너지가 크거든요. 또 인공적인 물감은 컬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자연이 지닌 색은 무척 놀라워요. 그래서 작업을 하면서도 놀라고 저도 힐링되고, 이걸 보는 사람들도 좋아하고, 치유가 된다는 얘기를 들으면 다시 저에게 큰 선물이 되더라고요. 이 작은 작품이 갖는 힘이 예상외로 굉장히 큰 것 같아요.”

자연의 색이 가득한 최 작가의 작품은 서울대 치과병원에서 수탁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장애인 전문 치과병원 1~3층 복도에 전시되고 있다. 이곳과의 인연은 고교 시절 봉사활동에서 시작됐다. 구강뿐만 아니라 신체 등에 장애를 지닌 환자들이 내원할 때, 또는 그들을 직접 찾아가야 하는 진료버스에서 단순 안내부터 기구 보조까지 환자와 의료진들을 도왔다.

“어릴 때부터 미술을 했는데, 때마다 주제는 달라지지만 소외되고 낮은 이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어요. 어찌 보면 사회에서 소외된 분들이 이곳에서 치료 후에 밝게 웃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제 작품을 보면서도 치유가 되면 좋겠어요.”

봉사활동을 하던 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을 위해 마련한 전시. 무료 전시지만 작품을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수익도 생겼다. 이들 수익금은 모두 기부할 예정이다.

“수익을 바라고 전시하는 건 아닌데, 몇몇 교수님이 작품을 구입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어릴 때 어머니가 기도하시는 소리에 깨서 함께 기도하곤 했는데, 지금의 재능도 특별하게 쓰임이 있어서 하느님이 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너무 수익만 바라는 작가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이번 전시에서 생기는 수익금도, 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이 병원을 찾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데 사용됐으면 좋겠어요.”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그래서 하나 소장하고 싶은 작품이 가득한 최엘라 작가의 ‘내추럴아트’ 전은 내년 1월 30일까지 이어진다. 병원 운영 시간(월~금 08:30~17:30, 토 08:30~12:00)에 관람할 수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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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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