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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신부의 청사진] (3) 강생의 신비를 신학적 기초로 삼는 청소년사목

이 시대 가난한 세대 ‘청소년’ … 우선적 선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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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같은 날 태어났지만 완전히 다른 운명을 지닌 두 소년이 있었다. 한 소년은 에드워드 튜더 왕자, 한 사람은 거지 소년 톰 캔티이다. 어느 날 우연히 궁전에서 만나게 된 두 소년은 서로의 닮아있는 모습에 매우 놀랐다. 그래서 두 사람은 장난삼아 서로의 옷을 바꿔 입었고, 톰은 왕자로 에드워드 왕자는 거지로 잠시 살아가게 된다. 거지가 돼 거리로 나온 에드워드 왕자는 처음에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이 돼 낮은 처지의 생활을 체험하면서 자신이 돌보아야할 백성들의 삶을 깨닫게 된다. 훗날 왕위에 오른 왕자는 이 체험을 통해 백성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왕이 된다. 이 이야기는 미국의 대표작가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누군가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그 사람의 삶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구세사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서 거듭 알려주신 구원 계획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해서 죄의 어둠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그 죄스러운 이스라엘 백성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메시아를 보내시기로 예언하셨고, 당신의 외아들 예수를 보내시어 그 예언을 실현하셨다. 이렇게 하느님이 당신 백성에 대한 끝없는 사랑의 표현으로 선택하신 구원의 방법은 인간의 처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위대한 낮춤의 방식이었다. 무한한 하느님이신 분이 당신 자신을 다 비우시고(自己卑虛, Kenosis), 종의 모습을 취하시어 사람들과 같이 되셨다(필리피 2,6-8). 그리하여 하느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가난한 사람의 처지가 되심으로써 세상의 모든 사람을 구원하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이 드러나는 구원방식인 육화(肉化), 즉 ‘강생(降生, Incarnation)의 신비’이다.

교회는 강생의 신비를 살아감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을 받들어 하느님의 인류 구원 계획을 지속한다. 특히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현대 가톨릭교회는 위기에 처한 사회 소외 계층, 상처 받고 고통 받는 이들, 억압과 착취 아래 놓인 사람들, 즉 가난한 사람에 대한 우선적 선택(Preferential option for the poor and the oppressed)을 교회 사목의 기반으로 삼았다.(요한 바오로 2세, 「새천년기」 49항 「제삼천년기」 51항 참조) 가난한 사람이란, 첫째 자기 미래에 대한 주도권 없이 다른 권력이나 돈의 힘에 의해 휘둘리는 사람, 둘째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부유(浮遊)하는 사람, 셋째 여러 가지 어둠의 유혹에 노출돼 죄를 짓기 쉬운 사람이다. 교회는 이러한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함으로써 예수께서 보여주신 강생의 신비를 구체적인 사목 안에서 실천하기 위해 애써왔다.

청소년 사목 또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강생의 신비를 신학적 기초로 삼는다. 왜냐하면 청소년 또한 가난한 사람들의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청소년기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모에게 종속돼있기 때문에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없고 부모의 기대의 무게에 짓눌리는 시기이다. 둘째 청소년은 발달시기상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으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인해 부유(浮遊)하며 살아간다. 셋째 청소년기의 불안정성은 이들이 어둠의 유혹에 노출됐을 때 쉽게 죄를 짓게 만든다. 이렇듯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모두 가진 청소년 세대 또한 오늘날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교회는 청소년 세대를 이 시대의 가난한 사람으로 바라보고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오늘날의 가난한 사람인 청소년 세대를 구원하기 위해 그들의 처지로 내려와야 하는가? 바로 교회의 성인공동체와 사목자들이다. 물론 청소년과 성인들 사이에는 세대차이-가치관, 경험, 문화, 언어, 사회적 지위 등의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세대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느님께서 인간의 처지로 내려 오셨듯이 청소년의 눈높이와 마음높이로 내려와야 한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인간의 부족함과 죄스러움을 당신의 자비로운 사랑으로 포용하셨듯이 교회 공동체는 청소년 세대의 모습과 태도가 부족하고 탐탁지 않게 느껴지더라도 따뜻한 시선으로 받아들이려고 애써야 한다. 마치 어른이 아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전지적인 시점으로 그들의 표면적인 욕구와 재미를 충족시켜주고,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제공하는 것으로는 그들을 구원할 수 없다.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직접 강생하신 주님을 따라 우리도 청소년의 내면까지 구원하고자 하는 갈망을 지니고 그들의 세계로 직접 침투해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들 삶의 한 가운데에서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체험하면서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를 함께 나누는 것에서 출발해야한다. 예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의 삶의 한 가운데에서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셨듯이 말이다. 이것이 바로 청소년들을 구원하는 하느님의 위대한 낮춤의 방식이다.

하느님께서는 강생의 신비를 통해 우리 스스로 가장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향해서 자신을 낮추고 그들의 삶의 처지를 이해하고 포용하도록 초대하신다. 그 초대를 향해 기꺼이 나아가는 교회 공동체의 성인들과 사목자들이 늘어날 때 더 많은 청소년들이 하느님의 자비로우신 사랑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조재연 신부는 서울대교구 무악재본당 주임, 햇살청소년사목센터장,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평신도가정사무국(FABC-OL) 청소년 사목위원회 전문가팀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조재연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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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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