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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을 통해 시작된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이하 WYD)’는 차수를 거듭하면서, 2~3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가톨릭 젊은이들의 국제적인 신앙 축제로 자리 잡아 나갔다. 대륙별로 돌아가며, 세계 다양한 나라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배령되는 WYD는 2014년 현재까지 이탈리아 로마(바티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폴란드 쳉스토호바, 미국 덴버, 필리핀 마닐라, 프랑스 파리, 캐나다 토론토, 독일 쾰른, 호주 시드니, 스페인 마드리드,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로가 주최 교구를 거쳤으며, 2016년 폴란드 크라쿠프 교구가 그 뒤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WYD 행사는 크게 4~5일 정도의 ‘교구 대회’와 5~6일 간의 ‘본 대회’로 구성된다. 교구 대회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은 주최 교구가 속한 국가 내의 여러 교구로 흩어져 홈스테이를 하며, 그 국가의 가톨릭 신앙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교류할 수 있다. 젊은이들과 함께 온 주교들 혹은 홈스테이 교구의 주교들은 이 기간 동안 같은 교구 안에 모인 젊은이들과 친근하게 만나 대화를 나누며 WYD의 주제말씀에 대한 강론을 하고, 교리교육을 통해 가톨릭교회의 신앙을 전수하는 기회도 갖게 된다.
본 대회 기간 동안에도 오전 시간에는 젊은이들과 주교들의 만남을 통한 복음 나눔 및 교리교육이 계속 이어지고, 오후 및 저녁 시간대에는 주최 교구 및 여러 참여 국가들이 준비한 가톨릭 문화 공연, 혹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여러 수도회가 준비한 전시 등을 통해 풍요로운 나눔이 이루어진다. 각 대륙별로 함께 모여 지역별 과제에 대해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 또한 본 대회 중에 마련된다. 참가자 전체에게 열려 있는 십자가의 길이나 화해의 성사 등을 통해 참가자들은 대규모 공동 기도 및 전례를 체험할 수 있으며, 본 대회 막바지에 교황과 함께 하는 밤샘기도 및 파견미사를 통해 그 체험은 절정에 다다른다.
실제로 WYD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이 증언하고 있듯이, 작게는 30~40만 명에서부터 많게는 500만 명이 한 자리에 모여 환호하며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교황을 맞이하고, 다함께 찬양과 기도의 밤을 보내며,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의 미사 전례에 함께 참여하는 WYD의 순간들은 이 대회에 참가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쉽게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감동을 안겨 주게 된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다양한 국가와 민족, 서로 다른 인종과 언어가 어우러지면서도 갈등과 오해보다는 대화와 소통이 가능하다는 체험. 수많은 젊은이들이 같은 가톨릭 신앙으로 교류할 수 있다는 일치감과 연대성, 즉 ‘보편 교회’ 자체가 생생하게 드러나고 체험되는 현장. 바로 그 곳에 젊은이들을 격려하고 옹호하는 수많은 사제·수도자들과 주교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 특히 교황이 그들과 함께 머무른다는 것은 교회 현현(顯現)과 일치의 아주 중요하고 명확한 표징으로 드러난다.
▲ 2011년 스페인 마드리드 WYD에서 청년들이 십자가를 들고 제대를 향하고 있다. |
이처럼 감동적인 체험을 통해 WYD에 참여한 젊은이들은 교회가 그들을 중요한 구성원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또한 자신과 같은 신앙을 가진 친구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교회의 어른들을 직접 만나면서 젊은이들은 신앙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스스로 신앙 정체성을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에 책임 있는 참여와 투신을 하겠다고 결심하는 젊은이들도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미국 교회가 1995년 덴버 교구에서의 WYD 개최 이후 그 효과를 연구한 결과, 이후 20여 년 간 사제, 수도자 혹은 평신도 지도자로서 교회 복음화 사명에 헌신한 사람들 중 많은 수가 WYD 체험을 통해 그들의 성소를 발견하고 교회에 투신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WYD 행사 현장이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기 시작한 것 또한 덴버 WYD 때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와 같은 미디어 홍보 및 보도에 힘입어 WYD는 참가한 젊은이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전체, 그리고 국제 사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신앙에는 전혀 관심 없을 것 같은 젊은이들이 교황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하고, 또 누구보다도 거룩한 모습으로 전례에 참여하는 것을 보았을 때, 성인 신자들은 그들의 젊음과 열정에 감화되어 스스로의 신앙을 돌아보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국제 락 페스티벌의 유명 밴드보다 더 많은 젊은이들을 모아들여 그들을 열광케 하는 교황의 모습, 그리고 교회의 지도자들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세상의 평화를 외치며 기뻐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포스트모더니즘 사회에서 일어나리라곤 예상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이 놀라운 ‘종교 행사’는 가톨릭 신자, 비신자를 막론하고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고, 젊은이들을 새 복음화의 주역으로 초대하는 요한 바오로 2세의 메시지는 더욱 효과적으로 전 세계에 퍼져나갈 수 있었다.
조재연 신부
조재연 신부는 서울대교구 무악재본당 주임으로 사목하고 있으며,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