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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04) 심플라이프

서로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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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관계’를 다룬 작품들이 많다. ‘관계’ 속에서 삶은 풍요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각종 의무만 지워진 고립무원이라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듯 왜 같은 ‘관계’ 안에서 날마다 다르게 느끼는 걸까?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줄 영화를 찾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심플라이프(桃姐)’를 알게 되었다.

홍콩의 영화감독 허안화의 ‘심플라이프(桃姐)’는 삶은 ‘관계’를 통해 얼마든지 가꿀 수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영화의 주인공 ‘로저’는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일에만 전념하는 홍콩을 대표하는 중년의 영화 제작자이다. 그의 아파트에는 식사와 빨래 등 집안일을 해주는 나이 든 식모 ‘타오’가 함께 사는데 영화는 그녀가 갑자기 중풍으로 쓰러져 요양원에 들어가며 시작된다.

‘타오’는 이 영화의 원제인 ‘도저(桃姐)’의 중국식 발음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녀의 이름이 이 영화의 제목이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타오’는 어릴 때 다른 집에 입양되었다가 전쟁으로 양부가 죽자 10살 때 다시 식모로 량씨 가문에 들어온다. 그 뒤로 세월이 흘러 세상에 태어난 ‘로저’를 돌보며 ‘타오’는 그렇게 60년간 량씨 가문의 식모로 살아가는데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이 왜 ‘심플라이프’인지 처음에는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가족도 없고 짐이라고는 상자 하나에 담긴 ‘로저’와의 추억뿐인 ‘타오’를 떠올리며 그녀의 삶이 마치 수도자의 삶처럼 단순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타오’가 요양원에 처음 들어간 날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묻는다. ‘타오’라 대답하자 “그 이름은 하녀에게 붙이는 이름인데…”하는 우롱하는 말이 되돌아온다. ‘타오’는 느닷없이 화를 낸다. 당연한 반응이라 생각될 수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온화한 성품을 보이던 그녀로서는 과민하다. 영화는 ‘타오’가 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할 때까지 그녀를 돌보는 ‘로저’의 모습을 통해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로저’에게 ‘타오’는 세상이 이름 붙인 식모 ‘타오’가 아니었다. 요양원에 입원해도 찾아오는 가족 하나 없는 ‘타오’를 ‘로저’는 마치 낳아 준 어머니처럼 극진히 대한다. 그로 인해 그녀는 병이 깊어가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서로에게 밥이 되어 주세요”라고 하셨던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이 떠올랐다. 평생 주변 사람들의 밥이 되어 준 식모 ‘타오’에게서 ‘로저’는 인생의 값진 부분을 배운다. 누군가의 밥이 되어 준다는 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일까. 하지만 영화 ‘심플라이프(桃姐)’는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는 ‘관계’가 결국 메마른 삶을 촉촉하게 적시는 단비가 되어 준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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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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