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영화의 향기 with CaFF] (105) 키드

어려운 상황에도 사랑 잃지 않는 의인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비극적인 상황을 희극적으로 보여주며 관객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는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찰리 채플린. 그의 이름만 들어도 짧은 콧수염과 지팡이, 낡은 큰 구두, 헐렁한 바지와 중절모 차림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런 캐릭터를 완성시킨 영화가 바로 무성영화시대의 걸작 ‘키드(1921년)’이다. 영화는 기술의 발달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영상을 특수효과나 CG(컴퓨터 그래픽)로 만들어내지만, 아날로그 시대의 찰리 채플린 영화는 독창적인 배우의 몸짓과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만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키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당시 개봉일과 같은 1월 21일에 재개봉을 하여 의미를 더하는데 “연기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한 찰리 채플린의 매력에 빠져볼 좋은 기회이다. 감동적이지만 간결하고 쉽게 풀어낸 이야기를 엎치락뒤치락하는 그의 독특한 동작에 절묘하게 맞춘 배경음악이 더해져 관객들에게 무성영화시대의 분위기를 맛보게 하며 즐거움을 준다.

영화는 한 여인(에드나 퍼비안스 역)이 갓난아이를 버리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여인은 아이가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부잣집 저택 앞 고급 승용차 안에 아이를 두고 떠난다. 그런데 그 차를 도둑맞으며 우여곡절 끝에 아이는 가난한 떠돌이 트램프(찰리 채플린 역)가 키우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된다. 가난해서 아무것도 없는 트램프는 자신의 옷을 찢어 기저귀를 만들고 보잘것없는 음식이라도 아이를 먼저 생각하고 준비한다. 이런 장면은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학대 받는 아이들 사건과 대비되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이는 트램프의 지극정성으로 건강하게 자라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이들은 한팀이 되어 돈을 번다. 다섯 살이 된 아이 존(재키 쿠건 역)이 돌팔매로 유리창을 부수고 도망치면 트램프는 유리장사를 가장해 유리를 메고 그 근처를 우연히 지나가다 주인의 눈에 띄어 유리를 갈아주는 식이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속에는 이런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웃음을 주고 세태에 대해 풍자를 하는데 경찰에게 들키는 장면 등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연출과 편집, 시치미를 떼는 아이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매우 탁월하다.

한편, 유명 스타가 된 존의 엄마는 자신이 버린 아이를 잊지 못하고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자선을 베푸는데 그곳에 있는 자신의 아이와 마주쳐도 알아보지 못한다. 그 와중에 트램프는 아이의 친부가 아닌 것이 드러나면서 존은 강제로 보육원으로 가게 된다. 아이를 구출하기 위해 지붕을 넘나드는 유명한 추격전은 액션영화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주며 추격장면의 원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손색이 없다.

이 영화는 찰리 채플린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알려져 있는데 가난에 시달리던 찰리 채플린의 유년시절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감정들을 캐릭터와 연기에 녹여낸 찰리 채플린. 가난한 떠돌이 트램프가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지 않고 사랑을 나누고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희망과 용기를 준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로 세상을 변화시키듯이 하느님 앞에 아무것도 아닌 우리도 주변의 이웃을 생각하고 길 잃고 헤매는 이들을 위해 사랑을 전하며 부활의 파스카 축제를 준비하는 사순 시기를 보내야겠다.

이경숙 비비안나

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3-1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9

시편 31장 25절
주님께 희망을 두는 모든 이들아 힘을 내어 마음을 굳세게 가져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