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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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52)엔칸토: 마법의 세계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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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마법의 기적을 선물로 받은 마드리갈 일가를 다루고 있다. 어린 미라벨이 “우린 기적을 어떻게 받게 되었나요?”하고 묻자 외할머니 아부엘라는 나라에 내전이 일어나 마을 사람들이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던 중 모두가 위험을 벗어날 수는 없었는데 바로 그때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전한다. 바로 그 어두운 순간에 우리에게 기적이 주어졌다고.

그 기적은 마을 사람들이 험준한 산으로 보호된 ‘엔칸토’라는 지역에 살게 하고 아부엘라의 마드리갈 일가를 꺼지지 않는 촛불과 함께 살아 움직이는 집 ‘까시따’에서 삼대에 걸쳐 함께 살게 했다. 그뿐 아니라 미라벨의 엄마와 형제들 그리고 그 자녀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마법의 능력을 선물로 받게 되는데 왜인지 미라벨만은 능력을 받지 못한다.

집안의 어른인 아부엘라는 미라벨이 마법의 능력을 얻지 못하자 마드리갈 가족에게서 기적이 사라질까 염려하며 그녀를 언제나 부족한 눈으로 바라본다. 미라벨은 외할머니가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걸 느낄수록 더 자랑스러운 가족의 일원이 되려고 애를 쓰지만, 번번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가족들 틈에서 상대적 열등감과 소외감을 느끼며 왜 자신만 이렇게 평범하게 태어났는지 번민한다.

이 영화의 공동감독인 채리스 카스트로 스미스는 이 이야기는 ‘관점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며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해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이 이야기에는 악당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력한 선악 대립을 통해 감동적인 해피엔딩을 끌어내던 디즈니의 작품들과 달리 이 이야기에는 특별한 능력을 받은 사람과 그저 평범한 사람, 그리고 노년 세대와 청년 세대 간의 갈등이 다루어진다. 그리고 그 대립이 곧 마드리갈 집안이 받은 기적이 사라지는 위기로 찾아온다.

또한, 이 영화에는 두 개의 기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는 각자에게 부여된 특별한 기적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각자의 부족한 모습을 받아들이고 서로 힘을 합해 이루어 내는 기적이다. 애니메이션 속 이름의 어원들을 살펴보면 ‘마드리갈’은 ‘합창곡’을 뜻하고 있다. 극 중 아부엘라가 ‘기적을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 누구를 위한 기적인지 잊어버렸어’하고 깨닫는 순간 미라벨은 외할머니가 그토록 기적에 매달린 것이 살던 터전과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던 과거의 상처 때문임을 이해하게 된다. 마음을 울리는 대목이다.

디즈니 스튜디오는 세계가 점점 하나로 연결되고 있는 현실에 발맞춰 다양한 문화를 작품에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지리적으로 남미의 교차로라고 할 수 있는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아메리카 원주민, 흑인 노예들, 식민지를 개척하려고 유입된 유럽인들로 이루어진 그들의 다양한 문화와 지금까지도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울려 사는 대가족문화를 화려한 색채의 콜롬비아 전통 복장, 음식, 춤, 음악을 통해 매력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조종덕 요셉(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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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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