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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53)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나치를 피해 도망치는 장애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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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기에 모든 사람에게 자비하시고 사람들이 회개하도록 그들의 죄를 보아 넘겨 주십니다.”(지혜 11,23)

1939년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장애인에 대한 학살을 배경으로 한 영화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는 14분의 단편영화다. 간결한 내용과 영상으로 전쟁의 폐해를 매우 강렬하게 보여준 수작이다. 독일 나치의 ‘T4 작전’이라는 잔인한 만행을 통해 전쟁으로 인한 인간에 대한 차별과 인간성 상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한쪽 손이 없는 장애를 가진 주인공 페터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선생님은 독일 가정의 하루 생활비와 두 배가 넘는 유전병 환자의 하루 치료비를 제시하며 “독일 국민이 잃는 가치는 얼마가 될까?”라고 질문한다. 아이들에게 숫자를 단순비교 시키며 뺄셈 공부를 가르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돈이 많이 들면 죽여야지”라는 학생의 답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수업하는 학생들의 모습과 함께 칠판 가득 선명하게 드러나는 나치의 상징마크와 히틀러의 사진, 암울한 배경음악은 이 영화의 배경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실제로 1939년 9월부터 1941년까지 시행된 장애인 안락사 정책 ‘T4 작전’은 나치의 인종 우수 정책으로 장애인들은 인종적으로 열성하다 하여 우성 유전자를 만들기 위해 시행됐다. 독일 오스트리아에서 약 20만 명, 다른 유럽 국가에서 약 10만 명의 장애인들이 학살됐다. 영화 초반부 밤마다 주인공 페터와 함께 기도하는 엄마의 모습이 불안해 보였는데 학교에서 나치가 시키는 대로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이 바로 페터의 엄마였던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란다.

결국, 페터의 집에 나치군이 급습하고 엄마는 아들 페터를 살리기 위해 다급히 헛간으로 피신시킨다. 페터는 필사적으로 도망치지만 이미 헛간에는 숨어있는 사람이 있다. 페터는 그를 안심시키며 나치군을 유인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나치군은 도망치는 페터를 붙잡아 목을 조르기 시작하고 페터가 버티는 와중에 나치군의 총을 잡아 그를 향해 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진다. ‘어린 페터가 앞으로 누구에게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그의 상처는 누가 치유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죄도, 사랑이신 하느님께 구원을 받을 유일한 소망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죄를 대신 지셨다는 믿음뿐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치인들의 무모한 결정으로 행해지는 전쟁.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고 인간성이 상실되어 어떤 이유에서도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보다 우리를 더 사랑하시고 큰 섭리로 돌보시는 하느님을 믿으며 지금도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오가는 전쟁의 위협 속에 있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이루어진 속량을 통하여 그분의 은총으로 거저 의롭게 됩니다.”(로마 3,24)

2월 17일 넷플릭스 서비스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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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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