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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58) 그리스도 디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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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이미 많은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십계’가 주었던 긴장과 장엄함,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영화 ‘나자렛 예수’의 깊은 눈길과 속삭이듯 건네는 이야기들, 간간이 터져 나오던 강렬한 분노, ‘가든 오브 에덴’의 악마와 청년 예수의 한판승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영화는 마리아가 예수를 잉태하는 순간부터 예수 승천 때까지의 내용이 담겨있다. 언어는 히브리 당시 언어였던 아람어이고, 배경은 나자렛, 요르단,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성경 속 무대이다. 지식으로 알던 아람어를 들으며 느껴지던 약간의 당황스러움…. 영화의 내용은 성경을 보는 듯하다. 하나 다른 부분은 예수님이 청중에게 말씀하시던 중에 찾아온 어머니와 형제를 환하게 웃으며 덥석 안는 대목이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성경 본문을 아는 탓에 순간 염려스러웠다.

이미 잘 아는 성경으로 청중에게 다가가려면 사건에 옷을 입히는 과정에서 감독의 영적인 해석과 여백이 있고, 몸으로 표현하는 배우 안에 주인공 내음이 담겨야 한다.

성경은 그대로 보여주면 지루하고, 조금 달라지면 오류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어 성경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허용범위 안에서이지 싶다. 그 영역 안으로 깊이 파고들면서 영화에 생명을 입히는 것이 일반 작품과는 다른 어려움이요, 제작의 묘미일 것이다.

이 영화 속 예수는 건장하고 따스한 이미지이고, 성모님과 제자들은 가볍고 유쾌하다. 특별히 인상에 남는 대목은 아기 예수의 천진한 모습과 과부의 죽은 아이를 살려주는 대목, 예수님의 수난 장면이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처럼 처참하지는 않지만, 꽤 깊은 아픔이 전해온다. 나의 아쉬움이라면 147분 안에 예수 생애 전체를 다루느라, 이야기 속으로 깊이 침잠할 새 없이 턱턱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영상은 오감으로 느끼고 체험하게 하는 힘이 있다. 마리아와 천사의 만남, 예수와 제자들의 만남, 발에 향유를 붓던 여인과의 만남, 십자가 사건 등 성경의 일화는 그 사건 하나하나 감동적이다. 청중은 배우를 통해 이 감동을 더욱 생생히 느끼고 싶다. 작은 디테일이 완성도를 결정한다. 여백과 배경, 태도 등은 메시지 이상의 힘이 있다.

이 영화는 성경 속 예수를 따스한 인간으로 만나게 한다. 내가 아는 성경 속 지식을 놓고, 여리 한 예수 이미지마저 놓고, 짙은 수염 자국의 예수를 바라본다면 예수에 대한 관념과 틀을 또 한 번 벗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랑하기 때문에 하느님이 인간이 되신 신비를 깊이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성령께서 영화를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 싶은 인간의 깊은 갈망을 보시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느끼게 해주시기를 기도한다.

4월 14일 극장 개봉



손옥경 수녀

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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