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영화의 향기 with CaFF] (160)파리의 피아니스트: 후지코 헤밍의 시간들

청력 잃고 60세에 데뷔한 피아니스트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이 영화는 피아니스트 후지코 헤밍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라 캄파넬라’ 피아노 선율을 배경으로 후지코 헤밍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장면은 그녀가 14살에 쓴 그림일기로 이어진다. 제법 잘 그린 그림과 솔직한 내용이 그녀에 대한 궁금증과 호감을 자아낸다.

후지코 헤밍의 피아노 연주, 인터뷰, 어린 시절의 일기, 그녀의 일상, 연주회가 있는 세계의 유명한 도시들…. 영화는 이런 것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후지코가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씩 드러내 보여준다.

후지코 헤밍은 자신의 일생을 피아노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유명해진 것은 60대가 되어서였다. 평생 피아노를 쳐왔지만, 인생의 황혼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재능에 빛을 보게 된 그녀의 삶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믿었고,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1999년에 연주회와 NHK 다큐멘터리가 큰 반향을 일으켰고, 데뷔 앨범인 ‘기적의 캄파넬라’를 발매한 것이 클래식계에서는 100만 장 이상이라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그녀의 나이 67세의 일이었다.

후지코는 러시아계 스웨덴 출신 디자이너인 아버지와 피아노 교사 출신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렸을 때 가족을 떠났고, 그녀는 어머니에게서 자라며 5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어머니는 매우 엄격하게 피아노를 가르쳤는데, 후지코는 몇 년 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레오니드 크로이처를 만나 그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 그는 후지코에게 노래하듯 피아노를 치라고 했고, 그것이 그녀만의 색깔을 갖게 해주었다.

어떤 이는 그녀를 ‘영혼의 피아니스트’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것은 그녀가 소리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아 연주하기 때문이다. 후지코 스스로도 자신의 피아노 음색이 ‘가구나 집의 디자인에 비유하자면, 직선적이고 쿨하지 않으며 따스한 느낌’이라고 한다.

그녀의 또 다른 특이점은 거의 듣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감기를 호되게 앓고 귀가 안 들리기 시작했는데, 그 일로 유명한 지휘자나 작곡가와 만날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장애로 인해 절망하지 않았고, 세상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면, 곧 하느님 나라에서 인정받고 제대로 연주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녀는 꾸준히 연습했고, 지금도 하루에 4시간씩 연습한다.

그녀가 자신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노력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느님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기나긴 인생을 통해 나는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녀는 87세의 나이에도 두 달 동안 12개 도시에서 18개의 공연을 할 정도로 왕성한 연주회를 하고 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필리 4,13)



2022년 4월 27일 개봉



서빈 미카엘라(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극작가, 연출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04-2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30

시편 18장 20절
주님께서 넓은 곳으로 이끌어 내시어 나를 구하셨으니, 내가 주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로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