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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64)제네시스: 세상의 소금

나무 심는 사진가 세바스티앙 살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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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 The Salt of the Earth 2014’의 감독 빔 벤더스는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우리가 늘 놓치는 인간 본성의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영화를 보여왔다. 오늘 소개할 영화도 그 점이 돋보인다.

브라질 태생의 사진작가 ‘세바스티앙 살가두’(80)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국제커피협회에 취직한 단순한 직장인이었다. 그는 커피 재배 현장을 조사하러 에티오피아에 갔다가 우연히 난민캠프를 만난다. 그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 것을 보고, 그것이 다만 자연재해의 문제가 아니라 ‘나눔의 문제’란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사회적 사진가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감독은 오래전부터 그런 세바스티앙의 사진을 보며 ‘그는 사람을 아낀다’는 확신을 두고 영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세바스티앙은 오래도록 인간 본성을 목격하는 사회적인 사진가로서 활동하며, 그 일에 회의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아프리카, 남미, 유럽을 돌며 난민캠프, 전쟁터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봐 오면서, 사람의 본성은 선함보다는 끝없이 서로를 억압하는 광기로 얼룩진 악함의 역사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가 찍은 사진 속 사람들을 보면 ‘인간이란 종족에게 그 어떤 구원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그의 고백이 무겁게 다가온다.

결국, 영혼이 병들어 사진 찍기를 그만두게 되었던 그는 아내 렐리아와 함께 브라질 아버지의 농장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어린 시절, 푸른 숲과 계곡 물이 흘러 새들과 악어가 살던 곳이, 오랜 가뭄으로 황무지가 된 걸 보고 이젠 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고 한다.

그때, 아내가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다시 예전과 같은 숲을 만들면 어떨까?’ 하고 가볍게 던진 말은 기적의 시작이 되었다. ‘인스티투토 테라’라는 이름으로 연구가 시작되고, 10년이 넘도록 나무를 심어, 400여 종의 대서양림 가운데 100여 종이 넘는 나무를 심는 데 성공한다. 그들은 6㎢의 황무지가 수백만 그루의 나무로 뒤덮이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나무가 중요한 것은 크고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산소와 물 같은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라는 그의 말에서 이제 그의 건강도 대지처럼 회복되었음이 느껴진다.

그 뒤로 그는 다시 카메라를 들고, 아직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곳을 찾아다니며 태초의 아름다움, 즉 생명의 근원 그대로를 간직한 지구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 영화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은 기아, 난민, 전쟁, 그리고 물질 앞에 스스로 존엄을 저버리는 부끄러운 인간 본성에 대한 냉정한 보고서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이 다시 사람의 손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우리 인간 본성의 선함을 깨우려는 믿음의 보고서이다.



조종덕 요셉(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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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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