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영화의 향기 with CaFF] (165)오마주

1세대 여성 영화인에게 바치는 헌사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감사와 존경’을 뜻하는 오마주(Hommage)는 영화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준 감독의 스타일을 영화 곳곳에 드러내 보이며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는데, 영화 ‘오마주’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쉽지 않은 시절 영화계에 자리 잡기 힘들었던 우리나라의 1세대 여성 영화인들에 대한 오마주이다.

연이은 흥행실패로 차기작을 기약 못 하고 무기력해 있는 주인공 지완(이정은 역)에게 남편과 아들은 밥해주는 아내, 따뜻하고 헌신적인 엄마를 요구한다. 심지어 돈 벌어본 적 있느냐고 따지는 남편과 엄마 영화는 재미없다고 대놓고 무시하는 아들을 보며 지완은 앞으로 ‘영화를 할 수 있을까’하는 좌절감에 빠진다. 감독으로서 자존감이 무너지기 직전 지완은 아르바이트로 60년대에 활동했던 여성 영화감독 홍재원의 영화 ‘여판사’ 복원 작업에 참여하는데 ‘여판사’의 사운드를 복원하면서 유실된 필름을 찾는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홍재원 감독의 자취가 남겨있는 필름과 일기, 당시 함께 활동했던 영화인들을 만나면서 지완은 다시 일어날 원동력을 찾는다. 처음에는 생계형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지만 당시 영화계에 몸담았던 1세대 여성 영화인들의 현실과 마주하며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위로하는 힘을 얻는다.

영화 ‘오마주’는 반세기의 역사를 뛰어넘으며 이어지는 여성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다층적으로 구성하여 영화 속에서 고전영화를 엿보는 흥미를 자아낸다. 지금은 사라진 옛 영화관의 모습과 필름을 보며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를 느끼게 하고, 영화필름을 녹여 재활용하고 모자 테두리의 액세서리로 활용했던 에피소드를 접하며 당시 영화계 상황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

홍재원 감독의 흔적을 따라가며 감독으로서 열정을 다시 찾아가는 지완의 모습은 매우 진지하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주부 지완에서 여성감독 지완의 캐릭터로 완성해 가는 배우 이정은의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단관 영화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듯한 엔딩 크레딧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이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함께 작업한 배우와 스태프, 극장과 관객에 대한 오마주가 아닐까 싶다. 또한, 신수원 감독의 과거 작품에서 주인공을 했던 배우 김호정(그림자 역)의 등장은 영화로 맺어진 패밀리와 같은 존재로, 주인공 지완에게 “끝까지 살아남으라”는 것과 같이 잘 버티어 영화를 계속 하라는 격려와 소중한 마음이 담겨있는 듯하다.

시적으로 표현한 에필로그 장면도 어디선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이고, 삶의 여유 없이 앞만 보고 살아온 현대인에게 전하는 메시지 같다.

국제영화제의 연이은 초청과 수상 소식을 전하고 있는 영화 ‘오마주’는 반세기 이전의 영화와 영화관의 모습을 추억할 수 있어 정겹다. 영화 간판을 그렸던 투박한 관리인, 여성 편집기사(이주실 역), 촬영감독을 했던 집주인(한태일 역) 역할을 한 배우들의 관록 있는 연기와 당시 모습을 담고 있는 옛 다방과 폐허가 된 극장을 찾아 행복한 시간여행을 하게 해준 ‘오마주’ 제작진에게 감사를 드린다.

5월 26일 극장 개봉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06-02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30

시편 145장 9절
주님은 모두에게 좋으신 분, 그 자비 당신의 모든 조물 위에 미치도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