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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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66) 플레이그라운드

일곱 살 아이의 눈으로 본 학교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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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른의 고향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만드는 세상이 인간의 본성이 만들어낸 세상인지, 어른들에게서 배워진 세상인지 답하기 어렵지만, 아이답게 맑고 환하게 뛰어 놀 수 있다면, 어른이 된 아이에게 힘과 그리움이 되는 고향이 있다면.

이 영화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일곱 살 노라와 오빠 아벨이 학교에서 겪는 이야기다. 아빠와 오빠를 떠나 처음 교실로 가야 하는 노라의 설움(?)이 너무 커서 우스웠지만 이어지는 상황은 그 설움이 전조였나 싶게 꽤 당황스럽다.

사랑스러운 오누이의 모습과 달리 학교 환경은 힘으로 상황을 조율하려는 거친 아이들로 인해 긴장과 두려움의 장이다. 집단 폭력과 따돌림으로 고통받는 오빠 아벨을 지켜보는 노라의 놀라움, 어른들에게 알려서 상황을 바꿔보려 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지기만 한다. 아벨이 자신의 오빠라는 사실로 인해 자기도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게 되자 노라는 오빠가 부담스럽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노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고, 이 상황을 아는 선생님이 계시다. 하지만 선생님의 전근으로 아이들의 두려움은 한 명에서 다른 한 명으로 퍼져가고, 피해자였던 아벨은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의자로 변해간다. 오빠의 변화를 모른 척 바라보는 노라의 갈등…. 결국 터지는 남매의 몸싸움이 슬프다.

칸 영화제를 비롯하여 전 세계 영화제에서 30여 개의 트로피를 휩쓴 이 영화는 어른들의 아련한 기억의 무대인 초등학교 운동장을 통해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방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아이들의 세계라고 치부하기에는 이와 같은 일은 여전히 지금 주변에서도 일어나니 안타깝고 두렵다.

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선한 행동뿐만 아니라, 악에 대항도 해야 한다. 폭력으로 맞선다면 그 또한 작은 전쟁이 되겠지만, 아닌 것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 악을 거부하는 몸짓,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키워져야 한다.

논리나 가치가 상황을 움직이기보다는 본능이 더 앞설 수 있는 아이들의 세계에는 어른들의 관심과 경청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아이들을 어둠의 골짜기에서 꺼낼 수 있고, 평생 갈 상처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다.

이 걸음은 아이들의 세계만이 아니라 힘과 힘으로 대적할 수 있는 이들과 없는 이들 간에도 필요하다. 이는 누구 편이 아니라 서로를 살리는 길이고 건강한 사회로 나가는 길이다.

우리를 다스리는 분은 하느님이시고, 모든 것을 활용하여 결국은 하느님 나라가 승리하리라는 희망으로 오늘을 바라본다. 내가 할 일을 하고 싶다. 좋은 가치관과 정책, 관심으로 저 푸른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과 기억의 장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손옥경 수녀

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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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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