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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68)마틴 에덴

계층과 이념 갈등에 무너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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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의 ‘마틴 에덴’은 미국의 소설가 잭 런던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이탈리아 영화다.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시상식 다비드 디 도나텔로에서 각색상을 수상했고,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주연 배우 루카 마리넬리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코로나로 어려웠던 2020년에 개봉해서 국내에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묻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영화라 소개하게 되었다.

열한 살 때부터 배를 타왔던 선박 노동자 마틴은 우연한 기회에 폭력배에게 폭행당하던 아르투로를 구하게 되고, 감사의 표시로 그의 대저택에 초대받는다. 난생처음으로 상류 사회를 경험하게 된 마틴은 거기서 만난 에레나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녀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 마틴은 샤를 보들레르의 시부터 하버트 스펜서의 사회학까지 닥치는 대로 읽고 지식을 습득하면서 뜨거운 열정으로 작가를 꿈꾸게 된다. 기초지식이 부족했던 그에게 에레나는 학업을 마칠 것을 종용하지만, 형편이 좋지 않았던 마틴은 책으로 지식을 습득하면서 글쓰기와 투고를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일용직일 때보다도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게 되고 점점 작가로서의 성공은 멀어져만 가는 듯했으나 레로이카라는 잡지사에서 처음으로 그의 글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서서히 생활고가 피기 시작한다. 하지만 친구이자 스승인 루스의 초대로 사회주의자 모임에서 연설을 했는데, 이것이 유명 신문에 실리면서 마틴은 사회주의자로 오해를 받게 되고 엘레나와의 관계도 무너지게 된다. 부모의 반대로 어렵게 시작했던 엘레나와의 사랑이 이렇게 끝을 맺게 된다. 반면 그는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아닌 개인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개인주의자 사상가이자 작가로 점점 알려져 부와 명예를 얻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사랑을 고통으로만 느끼는 불행한 사람이 되고 만다. 마지막 신에서 석양을 향해 헤엄쳐가는 마틴, 그는 과연 어떤 삶을 선택했을까?

이 영화의 특징은 회화와 철학의 조화라 할 수 있다. 회화를 전공하고 다큐멘터리로 영화를 시작한 감독의 영화답게 시각적으로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정말 영화 보는 내내 영상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가 담고 있는 문학적이고 철학적 내용은 생각하는 재미도 제공한다. 사랑 때문에 시작했던 공부가 마틴의 인생을 바꾸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이 영화의 묘미이다. 인상 깊었던 마틴의 한마디가 생각난다. “감옥도 열쇠만 있으면 집이 된다. 사랑이 그 열쇠이다.” 부디 마틴이 우리 인생의 열쇠인 사랑을 다시 찾아 행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강언덕 신부(이냐시오영성연구소 상임연구원,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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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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