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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71)원 포 더 로드(One for the Road)

죽음 앞두고 친구와 떠난 화해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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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마태 5,24)

홍콩의 대표적인 영화감독 왕가위가 제작자로 참여한 태국 영화 ‘원 포 더 로드’는 죽음을 앞둔 주인공 ‘아우드’가 친구 ‘보스’와 함께 화해의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영화 제목 ‘원 포 더 로드’는 보스가 뉴욕에서 운영하는 칵테일 바의 이름이기도 하고, 파티에서 마시는 마지막 한 잔을 의미한다.

나름 즐기면서 사는 보스는 늦은 밤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전화를 건 사람은 오랜 친구 아우드였고, 백혈병에 걸려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 상황에 태국으로 돌아와 달라는 부탁을 듣게 된다. 보스는 태국에서 아우드를 다시 만나 해후의 기쁨을 나누는데, 먼 도시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고 싶다는 아우드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대신 운전대를 잡게 된다.

두 사람은 코라트를 거쳐 사뭇송크람, 치앙마이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는 아우드의 옛 친구들이 살고 있었고, 아우드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소중히 간직했던 물건을 돌려주고, 예전에는 말하지 못했던 자기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를 청한다.

아우드는 과거에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고, 아버지와 화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련과 슬픔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죽기 전에 자신이 꼭 해야 할 것이 화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친구가 아우드의 용서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다. 화해하고 기분 좋게 헤어지는 때도 있었지만, 과거의 상처만 들추거나, 아예 만나지 못하기도 한다.

그리고 파타야에 보스의 가족을 만나러 간 날, 아우드는 보스에게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잘못을 고백한다. 보스의 여자친구였던 ‘프림’에 대한 것이었고, 아우드의 거짓말 때문에 보스와 프림이 아주 멀어진 것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의 여정은 그 자리에서 허무하게 끝나게 된다.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하느님과 나, 나와 이웃과의 관계 안에서 산다. 이 특별한 관계가 어그러지게 되는 것은 이웃과의 관계 안에서 상처받고 그 관계를 불편해 하고, 거부하면서 점점 자신 안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상처는 주고받는 경우가 많고, 남에게 상처를 준 것은 기억하지 못하고, 내가 받은 상처만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처를 치유하는 화해는 내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 주님의 무한한 사랑을 바탕으로 먼저 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청할 때, 나와 이웃 사이의 화해는 시작되고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 영화의 주인공 아우드가 죽음을 앞에 두고, 용기를 내어 자기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청하기 시작하면서 친구들 특히 보스와의 관계를 회복해 가는 것처럼.

우리 사회의 극한 대립과 혐오를 바라보면서, 신앙인들이 먼저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라는 고백의 기도를 실천할 때 골이 깊은 시대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조용준 신부(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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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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