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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77)한산: 용의 출현

이순신 장군의 지혜로운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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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것이란 무엇일까? 전쟁의 명분을 ‘의(義)와 불의(不義)의 싸움’이라고 답하는 이순신 장군의 신념은 대의보다 개인의 안위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강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의로움과 신의를 지키며 누구보다 용맹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과묵하면서 책임감 있는 이순신 장군(박해일 역)을 그리고 있다. 바다 전문가 어영담(안성기 역)과 거북선 설계자 나대용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제때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결단력 있는 리더의 모습이다. 조선에 투항한 왜군 준사(김성규 역)가 “부하를 방패막이로 내세우던 자신의 주군과 부하를 지키기 위해 위험에 뛰어드는 이순신을 비교하며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고민했다”는 대사는 ‘인간은 도리에 맞게 살아야 하고 수치를 알면 그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삶의 진리를 일깨워준다. 조선을 침략한 왜군을 절대악으로 그리지 않는 것 또한 ‘의(義)’를 주제로 하는 개연성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순신 장군과 맞서는 적장 와키자카(변요한 역)를 능력 있고 영민한 장수로 표현한 것도 이순신을 빛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적군의 이미지를 사악하거나 형편없이 약하게 그려 단순화시키는 선악구조를 배제한 것 또한 세련된 느낌을 준다.

‘한산: 용의 출현’은 한국영화 사상 최다 관객수를 통원한 ‘명량’(2014)에 이은 이순신 장군 시리즈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이다. 임진왜란(1592년) 15일 만에 왜군에게 한양을 빼앗긴 후 연이은 전쟁의 패배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지략으로 한산대첩을 승리로 이끄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관객들은 역사를 통해 이미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는 만큼 이순신 장군이 어떻게 부하들에게 용기를 주고 두려움을 떨치게 했는지에 주목한다. 이순신 장군이 한산 앞바다에서 전쟁을 치렀다면 김한민 감독은 배우와 모든 제작진과 함께 치밀한 기획과 방향성을 갖고 긴장감 넘치는 해전을 고스란히 영화에 담아낸 것이다.

부제 ‘용의 출현’에 걸맞게 마지막 해상전투 장면은 압도적이다. 용머리가 스크린의 중앙으로 위용을 떨치며 거친 파도를 헤쳐 등장하는 장면은 왜군이 갖는 메쿠라부네(거북선)에 대한 공포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학익진(학이 날개를 펼치는 모양으로 적을 에워싸는 전법)전술을 한눈에 보여주는 스펙터클한 영상과 왜군을 무찌르는 해전의 명장면들은 감동적이다. 바다에서 벌이는 전쟁영화로 기마병 전투를 하는 육지보다 동적이지 않고 현대극에 비해 움직임이 적은 사극의 단점을 카메라 구성과 편집, 음향, 시각효과를 통해 역동적인 영상으로 훌륭하게 표현한다. 이렇듯 사극의 정중동(精中動)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긴장감을 잃지 않는 김한민 감독의 연출은 아이러니하게도 시대극 장르를 대표하며 세계 영화계의 전설로 불리는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과 닮아 있다.

2023년 개봉 예정인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편 ‘노량: 죽음의 바다’도 기대해 본다.

7월 27일 극장 개봉



이경숙 비비안나

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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