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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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82)둠둠

나를 움직이는 내 안의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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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갈 거야. 나만의 리듬으로!” 젊은이의 이 말이 싱그럽다. 그렇지, 누구나 자신의 리듬이 있지, 그것을 따라가야 나도 되고 너도 되지. 나이기를 바라면서도 끊임없이 옆을 보며 자신의 리듬을 놓치고 사는 우리를 향한 귀한 속삭임이다.

‘이나’는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자인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콜센터 직원으로 일하는 이나는 시간이 나면 자기 아이를 만나러 위탁가정을 찾아간다. 엄마도 아기에 대해 알고 있지만, 자신의 딸이 미혼모인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끊임없이 입양을 강요한다.

어느 날 여러 가지로 복잡하던 이나는 거리를 걷게 되고, 그 길에서 디제잉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관심을 보이며 그 앞에 빨려 들어가는데 사실 그녀의 전 직업이 DJ였다. 임신을 알게 되었을 때 남자친구는 떠나고, 이나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음악을 버리고 아이를 키우려고 콜센터 직원이 되었던 것이다.

둠둠…. 이나의 가슴은 음악 소리를 들으며 다시 뛰고 아이에 대한 사랑도 크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도 식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결국, 안정적인 회사를 나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DJ로 되돌아간다.

이나의 삶은 안팎으로 쉽지 않다. 엄마는 딸이 조신하게 지내다 시집가기를 원하지 클럽을 전전하며 음악을 만들고 디제잉 하는 모습이 싫다. 그 과정 중에 생긴 아이를 받아들일 마음도 없다. 그리스도교적인 독실함(?)도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주는 듯하다. 어떤 트라우마인지 계속 망치를 들고 집안을 단속하는 모습이 보는 내내 불안하다.

우리는 쉬운 삶을 알고 있다. 책임지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귀찮아질 것이 싫어 떠난 아이 아빠처럼 어떤 젊은이들은 그런 삶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나는 다르다. 책임질 줄 안다. 어렵지만 아이를 선택했고 천천히 자신의 걸음으로 자기만의 음악을 찾아간다.

그래서일까, 그의 음악에는 사람의 정이 담겼다. 대중적인 K팝이 아니라 클럽 전자 댄스 음악(EDM)들이 주는 쿵쾅거림 속에 서정적인 음색이 담겨 아이도 엄마도 자신도 보인다. 이나가 예전에 작곡한 음악이 다른 친구에 의해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연연하지 않고 어려움을 감내한 이가 지닌 깊이로 자신의 음악을 다시 발견해낸 것이다.

고통은 싫다. 혼자 책임져야 하는 일도 두렵다. 그러나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책임지면서 우리는 더 깊어지고 넓어진다. 성숙해지고 한 인간으로서의 품위와 자존감도 키워진다. 젊은이가 멋지다. 책임질 줄 아는 삶은 아름답다.

정원희 감독의 이 작품은 섬세하고, 여성의 마음과 손길, 좋은 가치관이 담겨 좋다. “나아갈 거야. 나만의 리듬으로, 둠둠!”



손옥경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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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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