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열망·탄생·돌봄·포기의 여정 거쳐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118) 어른이 된다는 것(하)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한 생명이 태어나 성장하고 성인이 되어 새로운 생명을 낳는, 세대 간 생명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 놀랍고도 신비롭다. 일전에 생명 전달의 원리를 일컫는 ‘제네러티비티’(‘생육성’으로 번역)를 언급한 적 있다. 생명은 ‘열망, 탄생, 돌봄(양육), 포기’라는 네 단계를 거쳐 전달된다고 하였다. 물론 이는 생물학적인 과정만은 아니다. 신앙인은 거기서 하느님의 손길을 알아본다. 인간의 힘이 아닌 하느님께서 심어놓으신 창조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 네 단계의 특징은 매 순간 고통과 기쁨이 교차한다는 것이다. 열망·탄생·양육·포기 단계에서 우리는 각각의 고유한 고통과 괴로움,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기쁨과 환희를 맛본다. 가령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산모는 얼마나 큰 고통을 느끼는가.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기쁨에 엄마는 모든 고통을 잊는다.

여기서 ‘어른이 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생명을 낳아 기르는 과정에 참여하며, 그 안에서 고통과 기쁨, 자기를 버리는 포기까지 배우며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를 낳아 길러보지 못한 사제는 가장 철부지가 아닐까.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드라마였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것은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어른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며 어려움과 기쁨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열망·탄생·양육·포기의 네 단계를 모두 겪어보면서, 그렇게 살아가면서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고 어른이 되는 것이다.

사제도 마찬가지다. 사제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는 실제 사제로 살아봐야만 알 수 있다. 또 그렇게 살면서 비로소 사제가 되어가는 것이다. ‘생육성’은 사제의 삶에도 부합한다. 신학교 삶이 그러하다. 신입생이 들어오기를 열망하고, 입학식을 통해 태어나고, 10년간의 양육 기간을 거쳐 사제서품으로 떠나보낸다. 그 과정에서 양성자는 부모가 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는 본당에 파견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사제로서 사는 삶은 공동체를 돌보고 보살피는 일이며 신자들을 양육시키는 것이다. 열망·탄생·양육·포기가 모두 들어있다. 세례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혼인을 통해 부모를 떠나며, 장례미사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그 모든 생의 과정을 함께 살면서 사제는 어른이 되어 가고 사제가 되어 간다.

또 어른이 된다는 것은 관대함과 포용력을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싸우는 자식 중 누구의 편을 들기보다 모두를 소중한 자녀로 따뜻이 보듬어 안아주듯, 관대함과 포용력, 관용의 마음으로 너그러이 받아주고 안아주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본당에 보좌로 처음 부임했을 때, 부모님께서 본당 신부님께 인사 오시며 이불을 선물로 드린 적이 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자식의 허물이 보이더라도 덮어달라는 부모의 마음을 담은 선물이 아니었을까 헤아려 본다. 우리는 모두 부모님, 어른들의 관대함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바로 하느님께서 그런 분이시다. 하느님은 참 어른이시다. 그리고 우리를 그렇게 자녀로 관대하고 너그러이 바라보시고 받아주신다. 우리가 당신 마음을 닮아 각자 살아온 삶을 보듬어 안아주기를 바라신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살아온 굴곡진 삶을 모두 아시고 그 안에 함께하시며 함께 기뻐하시고 함께 괴로워하시며 우리 삶을 축복해주시고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신다. 우리는 아버지를 닮은 참 어른이 되어 가는 중이다.

한민택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9-29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10. 1

1코린 6장 20절
여러분의 몸으로 하느님을 영광스럽게 하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