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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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루카 23,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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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반 데르 스트라크 작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주일은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으시고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인도하시는 우리 주 예수님께서 온 누리의 임금님이심을 고백하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지냅니다.

일반적으로 왕이라 하면 호화로운 궁전과 권력, 위엄을 떠올립니다. 때문에 ‘그리스도 왕’이라 하면 화려함과 웅장함이 깃든 예수님을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예수님께서는 이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모습이십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골고타 언덕에서 십자가에 처형되셨을 때를 전합니다.

가시관을 쓰시고 온갖 상처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의 위엄도 인간의 존엄도 보이지 않는 참담한 모습이십니다. ‘유다인의 왕’이라는 조롱 섞인 죄목만이 예수님께서 왕이심을 보여줄 뿐 엄위하신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으십니다. 백성의 지도자들인 대사제들과 바리사이들, 율법학자들은 물론 형을 집행하는 로마 군인들과 매달려있는 강도까지도 십자가의 예수님께 조롱과 모욕을 퍼붓습니다. 오늘 ‘그리스도 왕 대축일’의 복음은 왕의 의미에 어울리지 않는, 예수님의 가장 비참한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처럼 세상의 왕과는 다른 왕의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이는 그리스도교 신앙인 모두가 본받아야 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교 신앙인의 세 직분을 예언직·왕직·사제직으로 설명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중에 왕직의 모범을 섬김과 봉사로써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라 왕직을 충실히 수행하려면 섬김과 봉사와 희생뿐만 아니라, 조롱과 멸시도 각오해야 함을 가르쳐주십니다.

그런데 갖은 조롱과 모욕 속에서 십자가 옆에 있는 죄수 한 사람만은 예수님께서 죄 없으신 분이시고 영광 중에 오실 그리스도이심을 알아보았습니다. 그 죄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야 당연히 우리가 저지른 짓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이분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으셨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복음의 죄수는 자신의 죄를 알았고,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알았습니다. 또한 예수님께 의탁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하시며 그를 천국으로 초대하십니다. 복음의 죄수는 하느님 나라의 백성이 될 자격을 얻습니다. 그 죄수는 유혹과 죄악 속에서도 믿음과 구원으로 나아가야 하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 모두가 본받아야 할 모습입니다. 그 죄수를 통해 아무리 죄가 크고 많다하여도 십자가의 예수님께 회개하며 용서와 자비를 청한다면, 우리도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낙원에 들어갈 수 있을 것임을 희망하게 됩니다.

전례력의 마지막 주간.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지내며, 한 해 동안 내려주신 은총에 감사드리고, 하느님 나라의 백성인 그리스도인으로서 합당히 지내왔는지 성찰합시다.

비록 우리가 그리스도교 신앙인으로서 세상에 구원의 기쁜 소식을 온전히 전하지는 못했더라도, 인류에 도움이 되는 큰 업적을 남기지는 못했더라도, 사람들에게 깊은 사랑의 모범을 보이지는 못했더라도, 그런 대단한 신앙의 모습은 아니었더라도.

낮고 작고 보잘 것 없는 몸짓으로나마 이웃에게 잠시 도움과 희망을 나누었다면, 그래서 사랑의 삶을 불태워 조그마한 사랑의 불씨가 전해졌다면, 지금은 다 타서 꺼져버렸더라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그리스도인이라 생각합니다. 어디에선가 그 누군가에 의해 그리스도의 사랑은 계속 전해지고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니까요.

※ 지난 1년간 ‘생활 속의 복음’을 통해 강론을 펼쳐주신 이계철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대림 제1주일부터는 김일두(광주가톨릭대 교수) 신부님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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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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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사탕2025. 11. 19

시편 112장 3절
부와 재물이 그의 집에 있고 그의 의로움은 길이 존속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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