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진리의 영”(요한 16,13)이라 부르신 성령께서는 참하느님으로 성자 안에 주어진 ‘생명’을 인간에게 전하시는 분이시다. 루카 로세티 다 오르타, ‘삼위일체 하느님’, 프레스코화, 1738~1739년, 이탈리아 토리노 이브레아 성 가우덴치오 성당.
“또한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믿나이다.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고,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과 흠숭을 받으시며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나이다.”
성령에 대한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내용입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아버지 하느님과 성령의 현존을 올바로 인식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온전히 성령으로 충만하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 없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1코린 12,3) 이 말씀은 모든 이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분을 주님이라고 고백하기 위해선 먼저 성령의 인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이처럼 그리스도교 신앙은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갈망에서 싹 트지만, 원천적으로는 아버지 하느님께서 성자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을 우리에게 파견하시어 당신을 충만히 계시하시고, 그것을 성령의 도우심으로 깊이 깨닫고 믿음으로 충만해지면서 얻게 되는 초자연적인 선물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는 오직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신 하느님만을 믿는 신앙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마태 28,19) 세례받고, 그리스도교의 모든 신앙은 삼위일체 하느님에 근거합니다.
성령은 ‘주님’이십니다. 곧 ‘하느님의 영’이시지요.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당신 말씀과 영을 통해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창세 1,2; 2,7 참조) “성령께서는 우리를 위한 구원 계획의 처음부터 끝까지 성부와 성자와 함께 일하신다. 그러나 구원을 위한 성자의 강생으로 시작된 이 ‘마지막 때’에 이르러서야 성령께서는 계시되고 주어지고 위격으로 인정되고 받아들여지셨다. 이때에는 새로운 창조의 ‘맏이’이시며 머리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 하느님의 이 계획이 성령이 주어짐으로써 교회, 성인의 통공, 죄의 사함, 육신의 부활, 영원한 생명 등으로 인류 안에서 구체화될 것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686)
성령은 ‘생명을 주시는 영’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영을 통해 생명을 주십니다.(이사 42,5 참조)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토록 사랑하신 그 사랑인 삼위일체의 생명을 주신다. 이 사랑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새로운 생명의 원리, 우리가 성령의 힘을 받아 가능해진 새로운 생명의 원리이다. 하느님의 자녀들은 이러한 성령의 능력을 통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우리를 참포도나무에 접목시켜 주신 그분께서는 우리가 사랑, 기쁨,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와 같은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해주실 것이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으니 우리가 자신을 버리면 버릴수록 우리는 더욱 성령의 지도를 따라서 살아가게 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735~736)
성령은 ‘인간을 구원하시는 영’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기름 부음 받은 이’ 곧 그리스도이시다. 성령께서 그분에게 ‘부어지셨기’ 때문이며, 강생에서부터 그분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이러한 성령의 충만함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리스도께서 영광을 받으셨을 때 이번에는 그리스도께서 성부 곁에서, 당신을 믿는 사람들에게 성령을 보내실 수 있게 되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영광을, 곧 당신을 영광스럽게 하는 성령을 그들에게 주신다. 그리하여 이 공동 파견이 성부께서 성자의 신비체 안에서 자녀로 삼으신 그들 안에 펼쳐질 것이다.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는 성령의 사명은 그들을 그리스도와 결합시키고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가게 하는 일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690)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고,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과 흠숭을 받으시는 분이십니다. 가톨릭교회는 “성령께서는 첫 근원이신 성부에게서, 그리고 성부께서 성자에게 주시는 영원한 증여를 통하여, 친교를 이루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나오신다”고 고백합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64) 따라서 성령을 믿는 것은 성령께서 삼위일체 하느님의 한 위격이시며, 성부와 성자와 한 본체로서 하나의 천주성을 지니셨고, 그 영광은 동일하고, 그 위엄은 다 같이 영원하다는 신앙 고백을 함축한 말입니다.
성령께서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십니다. 성령의 말씀은 하느님께서 계시해 주시고 신앙을 통해서만이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성령은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시고, 당신의 강림으로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게 하신 ‘교회’를 통해 당신 현존을 드러내십니다. 우리는 교회가 전하는 사도들의 신앙 곧 △성경 안에서 △살아있는 거룩한 전통 안에서 △교회의 교도권 안에서 △성사와 전례 안에서 △기도 안에서 △교회를 이루는 은사와 직무 안에서 △사도적 삶과 선교적 삶의 표징들 안에서 △성인들의 증거 안에서 성령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와 성령의 사명은 그리스도의 몸이며 성령의 궁전인 교회 안에서 성취된다. 이 공동 사명은 이제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을 성령 안에서 성부와 이루는 그리스도의 친교에 참여하게 한다. 성령께서는 사람들을 준비시키시고, 당신의 은총으로 사람들을 도와 그리스도께 이끌어 주신다. 성령께서는 그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을 보여 주시고, 그분의 말씀을 상기시켜 주시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이해하도록 정신을 열어 주신다. 성령께서는 사람들을 하느님과 화해시켜,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게 하시며, 그들이 많은 열매를 맺도록 그리스도의 신비를 그들 안에, 특히 성체 안에 탁월하게 현존하게 하신다.”(「가톨릭교회 교리서」 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