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누구나 마주하는 두 가지 현실이 있다. 하나는 추위이고, 다른 하나는 연말이다. 우리는 매서워지는 추위 속에서 심신의 온기를 바라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가운데에서 수고에 합당한 보상을 기대한다.
이 시기가 되면 그리스도교 신앙인이라는 이유로 마주하게 되는 두 가지 현실도 있다. 하나는 회개이고, 다른 하나는 성탄이다. 이 둘 사이의 긴장 관계를 살아내는 시간인 대림 시기는 교회 전례력의 출발·시작이다. 시작이 반이듯 모든 형태와 종류의 출발·시작은 목적성을 명료하게 설정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성경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그리스도교의 궁극적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 두 번째 오심(재림)이다. 미사의 영성체 예식 중에 다음의 대목은 이를 매번 강조한다. “복된 희망을 품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게 하소서.”
대림은 좁은 의미에서 그리스도의 첫 번째 오심(성탄)에 대한 성대한 경축을 준비하는 시기이지만, 넓은 의미에서 최종 목적인 그리스도의 두 번째 오심(재림), 곧 신앙인의 유일무이한 희망을 되새기며 이를 자기 삶의 중심에 배치하는 시기이다.
인간의 출생과 똑같은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첫 번째 오심을 ‘통하여’ 하느님은 우리를 향한 사랑의 최고치를 확증하셨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곧 그분의 말씀과 행적을 통하여 우리는 인류의 시작에서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되었던 구원의 실재를 직접적으로 보고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아기 예수님은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우리를 향한 선물이며 동시에 구원이신 하느님 그분 자체이다. 신앙의 구조적 측면으로부터 선물은 과제를 부여한다. 다가오신 하느님을 향해 우리가 다가가야 하고, ‘함께 있는 하느님’(그리스도를 통하여) 앞에 ‘향해 있는 자신’(그리스도를 향하여)이 되어야 한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우리 옆에 와 계신다는 의미에서 첫 번째 오심이 무상의 선물이라면, 두 번째 오심이자 최종적인 오심은 하느님 앞에 서게 될 우리에게 제시된 방향이며 이정표이다. 부활하고 승천하신 모습으로 세상에 ‘오실’ 두 번째 오심을 ‘향하여’ 신앙인은 그리스도께서 요청하신 회개와 믿음, 인내와 사랑의 열매가 자신의 현장 안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결단 앞에 서 있는 실존이다. 이를 집중적으로 의식하고 실천하는 때가 최종 목적이 미리 제시되고 있는 전례력의 시작 단계, 바로 대림 시기이다.
대림 시기는 달력의 시간 개념 안에서 ‘오셨던’ 아기 예수님을 경축하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지만, 구원 역사의 시간 개념 안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제, 곧 영광 중에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향한 우리의 자세와 태도를 재점검하는 기간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림 제1주일의 복음은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실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하면서 “깨어 있어라! 준비하고 있어라!”라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