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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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딱 한 숟갈만 줄여볼 수 있을까

[서효인 시인의 특별하고 평범하게] (34) 쌀밥 덕후 첫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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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흰 쌀밥을 참 좋아한다. 그맘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에는 관심이 없다. 초콜릿, 과자, 사탕 같은 단 간식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제까지 맛본 초콜릿은 손꼽을 정도이며, 병원이나 식당을 나설 때 가끔 건네주는 사탕은 손에 쥐려고도 하지 않는다. 집에 있는 과자는 대체로 둘째의 것이 되고 만다. 첫째가 그나마 먹는 과자는 쌀과자이니 녀석의 쌀 사랑이 얼마큼인지 감 잡기 어렵다. 첫째 같은 아이가 더 많아진다면 쌀 소비량도 걱정 없을 텐데 말이다.

첫째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밥솥 알람이다.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계음이 나오면 냉큼 식탁에 앉아 밥 먹을 준비를 끝낸다. 고기반찬이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구운 김에 참기름 한 방울 떨군 기름장을 묻혀 냠냠 먹는다. 김을 구울 새가 없다면 조미김이어도 상관 없다. 아이는 ‘이 쌀밥을 어떻게 먹어야 맛있게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듯 이런저런 순서로 밥그릇을 싹싹 비워나간다. 어쩌다 냄비 밥을 해주면 첫째에게 그날은 소고기 회식 못지않게 기쁜 날이다.

제 밥을 다 먹은 아이는 슬슬 눈치를 본다. 더 주길 바라는 것이다. 밥보다 간식을 좋아하는 둘째가 종종 제 밥을 한두 숟갈 슬쩍 떠서 언니 몫으로 건네주기도 하는데 몇 차례 반복되면 엄마가 나서고야 만다. “언니한테 밥 그만 줘!” 첫째는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식구들이 마저 식사를 끝낼 때까지 함께 식탁에 있다. 함께 있는 게 좋아서일까? 어쩌다 한 숟갈 얻어먹을 기회를 노리는 것일까? 역시 둘째는 엄마 몰래 언니의 입에 밥 한 숟갈을 넣어주었다.

요새는 잡곡밥을 주로 먹기 때문에 윤기가 나는 흰 쌀밥을 먹는 날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제 첫째도 다운증후군 특유의 체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키는 별로 크지 않고 살이 조금씩 찐다. 내 눈에는 귀여워 보일 뿐이지만, 살집이 붙어서 건강에 좋을 일은 없을 것이다. 식사량도 조절하고 운동도 시켜야 하겠지. 이런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잡곡밥도 열심히 먹는다. 쌀밥보다 조금 덜 집중할 뿐, 밥은 밥이니까.

쌀밥이 맛있다는 걸 어릴 때는 몰랐다. 근래에야 그 맛을 조금 안 것 같다. 예전에는 맛있는 반찬이랑 함께 먹을 맛난 것인 줄 알았다. 꼭꼭 씹을수록 은근히 올라오는 단맛은 미식의 영역에 가깝지 않을까. 물도 잘 맞춰야 하고, 쌀도 좋아야 하고, 온도도 적당해야 하니까. 며칠 전 아침, 첫째는 오랜만에 흰 쌀밥을 먹었다. 계란프라이를 얹고 비엔나 소시지와 숙주나물을 곁들였다. 미식가답지 않게 아직 김치는 멀리한다. 아이는 미식가라기보다는 그저 쌀밥을 사랑하는 편식가인 셈이다.

아이들이랑 한 식탁에 앉기가 쉽지 않다. 평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주말이면 아침은 또 늦잠 잔다고 생략하고 점심, 저녁을 먹는다. 그렇게 일주일에 겨우 네 끼인데, 약속이니 일정이니 하여 건너뛰기 일쑤다. 이번 주말에는 내가 직접 밥을 해볼까. 간장 양념에 돼지고기라도 볶아볼까. 쌀밥을 할까. 생각할수록 침이 고인다.

서효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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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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