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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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선의 지구밥상] 한국과 일본이 함께 비빈 ‘평화의 비빔밥’

<35>여름 채소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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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두레생협의 조직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본 그린코프 생협에서 방문하는 날 한국 음식을 소개하고 싶은데 내가 진행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일정을 조정한 뒤 가능하다는 답을 드렸다.

일본의 그린코프 생협은 1996년 한살림의 고 박재일 회장의 우리밀살리기 운동에 감명을 받아 평화의다리 교류회를 시작했다. 2006년부터 두레생협연합회가 함께 참여하면서 격년으로 한살림과 두레생협연합회를 방문하고 있다.

평화의다리는 그린코프가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으로 아시아 민중에게 저지른 범죄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역사를 배우는 조합원 활동이다. 그린코프 생협은 해마다 조합원들과 한국을 방문해 독립기념관, 서대문역사문화공원, 경기 광주의 위안부 할머니 쉼터인 나눔의 집, 위안부 역사관, 명성황후 시해 현장인 경복궁 등을 방문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협 조합원들의 우애를 다지고 평화의 가치를 공유하는 행사를 30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날 내가 초대된 이유는 제주 강정의 생명평화 대행진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고 생명평화결사의 등불로 활동하고 있는 나의 평화운동 이력 때문이었다. 한국 음식이 K-Food로 주목받고 있으니 전통 한국 음식과 장에 대해 알려주자고 마지막 날 교류회의 방향을 잡았다. 음식으로는 고추장과 어울리는 비빔밥을 주제로 잡았다.

한국의 대표적 비빔밥으로 전북의 전주비빔밥, 경남의 진주비빔밥, 황해도 해주비빔밥이 있다. 전주비빔밥은 전주 지방 특산품인 콩나물과 황포묵을 넣어 고추장에 비벼 먹는다. 진주비빔밥은 그 화려함이 가히 꽃과 같다고 해 화반으로 불리기도 한다. 역시 고추장에 비벼 먹는다.

해주비빔밥은 두부와 고사리, 김을 사용하고 비빔장으로 간장을 사용한다. 그 외에도 통영의 비빔밥은 해조류와 나물을 넉넉히 넣어 나물밥으로 불리며 두부탕국에 비벼 먹는다.

비빔밥은 조화와 화합을 상징한다. 세계 유일한 분단 국가인 우리의 통일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비빔밥에는 서로 다른 체계와 환경 속에 살아온 우리 민족이 하나로 화합하자는 의미와 남과 북에 사는 모두가 사랑하는 음식이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그린코프 생협연합회 회장님과 실무자, 지역 이사장님 등 14분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평화의다리 교류회는 경기남부생협이 진행했고 이사장님과 실무자, 이사님 포함 10분이 참석해 비빔밥을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비빔밥을 만드는 시간에 다양한 비빔밥을 소개했다. 한국의 여름 제철 채소인 오이와 애호박, 적양파를 넣고 대표적 묵나물인 고사리를 소개하며 비빔밥을 만드는 방법과 고추장 비빔장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다.

4개 조로 나눠 각자 비빔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살림을 오랫동안 책임지고 해온 이들답게 능숙한 칼질로 재료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최소한의 기름으로 볶는 방식도 잘 따라와 줬다. 애호박·오이·공심채 나물을 우선 밥에 올려 중심을 잡고, 그 옆으로 다양한 채소를 배치하는 법을 알려줬다. 완성된 밥을 보고는 모두 아름답다고 탄성을 질렀다. 들기름으로 부드럽게 만든 고추장을 올리고 그 위에 잣을 올려 꽃 모양을 만들자, 일본에는 국내산 잣이 없다며 귀한 잣을 먹게 되었다고 좋아했다.

함께 곁들일 반찬으로는 곱창김·백김치·오이지무침·고소한 두부, 세 가지 전을 준비했다.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를 소개하고, 국 대신 국물을 같이 먹을 수 있는 백김치를 준비했다. 일본의 대표 채소 절임 음식인 쓰케모노와 같은 한국 음식으로 오이지를 소개했다. 두부는 쪄서 따뜻하게 한 후 참깨와 검정깨를 앞뒤로 입혀 고소함이 폭발하는 요리로 선보였다. 비빔밥을 싸서 먹을 수 있도록 바삭하게 구운 곱창김을 찬으로 준비했다.

잔치나 귀한 손님이 왔을 때 전을 대접하는 우리 풍습을 소개하며 깻잎전·녹두전·두부전 등으로 세 가지 전을 준비해서 풍성한 한 상 차림이 되었다. 식탁을 마주한 그린코프 생협 분들께 큰 감동을 선물했다. 아름다운 비빔밥과 색색으로 갖춰진 반찬을 설명해 드리자 또 한 번 감동하면서 맛있는 점심 식사가 진행되었다.

식사를 모두 마치고 고추장 만들기까지 이어졌다. 한국말과 일본말로 진행하느라 시간과 노력은 많이 들었지만, 평화를 생각하는 뜻깊은 날이었다.


레시피

재료 : 애호박1/2개, 오이1개, 적양파1/2개, 공심채100g, 고사리100g, 당근1/2개, 콩나물100g, 무생채100g, 적양배추100g.
고추장 비빔장 : 고추장 2큰술, 들기름 4큰술.
고명 : 잣.

사전 준비
1. 모든 채소는 씻어 물기를 빼고 준비한다.
2. 고사리는 삶아 놓는다.
3. 오이는 모양대로 얇게 썬다.
4. 무는 채를 썬다.

조리 순서
1. 오이는 소금 넣고 절인다.
2. 애호박, 당근은 채를 썰어 팬에 볶아준다.
3. 2번 팬에 간장, 들기름 넣고 고사리를 볶는다.
4. 3번 팬에 공심채의 줄기 부분을 먼저 넣고 숨이 죽을 때까지 볶는다. 줄기의 숨이 죽으면 간장을 넣고 조청을 조금 넣어준다. 잎 부분을 넣고 볶다 마지막 간은 소금으로 한다.
5. 절인 오이는 수분을 짜서 준비한다.
6. 생으로 먹는 적양파와 적양배추는 곱게 채를 썬다.
7. 콩나물은 삶은 뒤 소금과 참기름 살짝 넣어서 무친다.
8. 밥을 뜨고 나물을 고르게 담는다. 고추장을 뿌리고 잣을 고명으로 올린다.

팁) 고추장에 간이 있으니 비빔밥 채소는 간을 슴슴하게 한다. 요즘 제철인 부추꽃을 올리면 예쁜 꽃비빔밥이 된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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