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가톨릭 신학계에선 관상과 신비신학 논쟁이 벌어졌다. 관상(觀想, Contemplatio)이 과연 모든 그리스도인의 보편적 성소인지, 아니면 특별한 은총을 받은 소수의 성소인지에 대해서였다. 오랜 논쟁 끝에, 관상은 그리스도인 모두의 보편 성소라는 데 신학적 합의가 이뤄졌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교회헌장에서 이를 간접적으로 지지하며 그 보편성을 선언했다.
작은 형제회 프란치스칸 사상연구소(책임자 고계영 신부)가 성 클라라 수도회 탄생 800주년을 맞아 6월 25~2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수도회들 관상을 중심으로 모든 그리스도인의 보편 성소인 관상을 살펴보는 학술발표회를 열어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국내에 보급돼 있는 관상을 소개했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보편 성소인 관상`을 주제로 한 이번 제14차 프란치스칸 영성 학술발표회는 △베네딕도회 관상 :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성독) △도미니칸 관상 :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예수회 관상 :로욜라의 이냐시오 △가르멜 관상 : 아빌라의 데레사ㆍ십자가의 성 요한 △향심기도 △프란치스칸 관상 : 아시시 프란치스코ㆍ성녀 클라라 등에 대해 다뤘다. 학술발표회엔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등 420여 명이 등록, 관상에 대한 교회 공동체 전반의 관심과 열기를 입증했다.

▲ 작은 형제회 고계영 수사신부가 `남편의 사랑`이라는 사례를 통해 탁월한 관상가였던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의 관상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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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 특권이나 전유물 아니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장 박재만 신부는 `21세기 지평에서 바라본 관상`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관상기도가 수도자들 특권이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본분이라는 사실 확인은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라며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등 각 생활상태에 따라 적절한 기도, 묵상기도, 관상기도에 대한 적극적 가르침과 활발한 훈련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상기도의 모범이며 스승인 예수 그리스도를 시작으로 역사 안에서 영성 대가들의 관상, 오늘 그리스도인 생활에서 배워 실천해야 할 관상기도, 관상기도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 등을 하나하나 짚었다.
첫날 주제발표는 베네딕도회 관상과 도미니칸 관상으로 나눠 이뤄졌다. `렉시오 디비나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허성석(로무알도, 베네딕도회) 신부는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의 정의와 특성, 중요성, 역사, 단계, 요령, 기도 등을 살핀 뒤 "렉시오 디비나는 하느님과의 일치에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렉시오 디비나는 우리를 하느님 말씀에 더욱 쉽게 다가가게 해 말씀 안에 현존하는 하느님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맺게 하며, 우리가 늘 그분의 현존 안에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전통적 수행법"이라며 "좋다는 기도법이나 묵상법을 찾아 부평초처럼 여기저기 쫓아다니기보다는 말씀을 통해 하느님 현존 안에 사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근(독일 로스톡대 신학박사, 연세대 강사) 목사는 `도미니칸 관상 :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관상과 실천`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에크하르트는 영혼 초탈을 통해 하느님과의 신비적 일치(unio Mystica)를 추구했다"며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도미니코회 수사였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보다 더 후세에 영향을 미치고 논란의 여지를 남긴 신비주의자는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상 자체가 하느님의 역사
둘째 날 주제발표는 예수회 관상과 가르멜 관상을 다뤘다. 심종혁(루카,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 예수회) 신부는 `「영신수련」에 기초한 이냐시오식 관상의 이해와 실천`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신비 사적을 관상하며 진행되는 영신수련은 근본적으로 구원 진리의 객관적 지평에서 투신이라는 주관적 응답을 이끌어내는 과정이기에 이냐시오식 관상에는 본질적으로 사도적 양성을 위한 함의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관상기도를 통해 만나는 주님은 우리를 새로운 지평에서 하느님과 세상을 바라보도록 변화시켜 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가르멜 관상 :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ㆍ십자가의 성 요한`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현찬(에우세비오, 가르멜 남자 수도회 대구수도원) 신부는 우선 데레사의 기도교육에 대해 살피고 "영혼이 제 모든 능력을 거두어 들여 자기 안으로 들어가 주님과 같이 있는 `거둠 기도`를 통해 데레사는 자신만의 단순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을 발견해내는데, 이 거둠 기도는 진정한 개인기도"라며 "그것은 `데레사적 스타일`의 수덕적 기도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십자가의 성 요한이 가르치는 관상기도도 교회 안에서 전통적으로 영성가들이 가르쳤던 관상기도와 별로 다를 게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요한은 관상기도가 하느님의 역사하심이고 기도하는 영혼은 단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태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 날 발표에서 김경순(아녜스, 사랑의 씨튼 수녀회) 수녀는 향심기도 기원과 방법, 신학적 기초, 수련 전반에 대해 개괄하고 "향심기도는 어떤 영적 체험이나 선물에 집착하지 않고 우리 중심에 계신 하느님, 즉 선물을 주시는 분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하느님 추구는 관념이나 상상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 삶 안에서 애덕 실천을 통해, 그리고 바보스러울 만큼 인내심을 갖고 향심기도를 철저히, 꾸준히 수련함으로써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리스도 수난과 고통 관상해야
고계영(바오로, 작은형제회) 신부는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의 관상`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프란치스코는 중세에 통용됐던 관상 개념과는 달리 하느님 신비를 바라보는 관상 개념을 나타내고자 주로 `보다(videre)` 동사를 사용했다"면서 "프란치스코의 관상 안에서 `보다`라는 동사는 신비적 감각을 통해 이뤄지는 넓은 의미에서의 바라봄, 즉 신비에 대한 체험적 인식이나 깨달음을 의미한다"고 요약했다.
이재성(보나벤투라, 작은 형제회) 수사는 `성녀 클라라의 관상`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성녀 클라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을 관상했고, 그분의 온갖 수고와 어려움과 업적을 품어 신성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꿔 갔으며, 궁극적으로는 삼위일체를 관상했다"고 설명했다.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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