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14일 바티칸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신앙의 증거자와 순교자 기념 행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OSV
가톨릭·정교회·개신교 지도자들과 교회 일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피로써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한 현대 순교자들을 현양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인 14일 로마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21세기 신앙의 증거자와 순교자 기념 행사’를 주례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2000년부터 올해 사이 신앙을 증거하다 순교한 가톨릭·정교회·성공회의 순교자 1624명을 기렸다. 대희년이었던 2000년에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주례로 지난 세기 공산주의·파시스트 정권에 의해 순교한 그리스도인들을 현양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회칙 「하나되게 하소서」를 인용하며 “순교는 자신의 피를 흘린 예수 그리스도와 맺을 수 있는 가장 참된 일치”라고 말했다. 교황은 “최근 증오가 삶의 모든 측면에 스며든 듯하다”면서도 “그러나 복음의 종이자 신앙의 증거자인 용감한 이들은 신앙에 대한 헌신을 통해 사랑이 죽음보다 강함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교자들이 살해당했을지언정 그들의 목소리가 지워지거나, 사랑을 증거한 이들을 지울 순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순교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들은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참된 행동을 증거하고자 분쟁 지역에서도 싸우기를 거부했다”면서 “한 수녀는 그녀에게 무기를 요구하자 성경을 보여주며 ‘이것이 내 유일한 무기’라고 했다가 그들에게 숨졌다”고 전했다. 이어 “20세기 제국주의, 독재 정권이 종식됐음에도 그리스도인 박해는 끝나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더욱 심화됐다”며 “우리는 이를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된다.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함께 기억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