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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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미역국

[월간 꿈 CUM] 꿈CUM 수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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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도원에서 생활하고 있을 때였다.
미국 수도원에는 한국 수도원과는 달리 주방 아주머니가 아니라 주방 아저씨가 근무하고 계셨다.

특이했다. 주방 아저씨의 이름은 죠 오브라이언. 아일랜드계 미국인이다.그 아저씨는 오랜 시간 무역업에 종사하셨단다. 그래서 주로 남미 쪽을 많이 다니셨단다. 하지만 은퇴하신 후 미국 바오로 수도원의 주방에서 일을 하게 되셨단다. 요리하는 데 워낙 취미가 있으시고 잘하셔서 근무를 하고 계시단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죠 아저씨를 도와드렸기 때문에 금세 친해지게 되었다. 아일랜드 사람들의 축제에도 자주 같이 가고, 죠 아저씨가 야구를 무척 좋아하시기 때문에 야구장에도 자주 같이 갔다. 그리고 죠 아저씨의 손녀에게 유아 세례도 주었으니 아주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한번은 학교 가는 길에 셔틀페리가 사고가 나서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죠 아저씨에게 긴급히 도움 전화를 드렸더니 흔쾌히 학교까지 차로 데려다준 적도 있었다. 이렇게 우리 둘의 우정은 점점 깊어갔다.

어느 날 죠 아저씨가 내 생일이 언제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아무생각 없이 생일을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그날 저녁에 야구장에 데려가겠다고 하셨다. 나는 생일 선물로 야구 관람을 제안해주신 죠 아저씨께 감사를 드렸다. 

드디어 다가온 생일날, 수도원에서 저녁을 먹고 야구장으로 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나는 수도원 저녁 메뉴 증에 나만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메뉴를 보고 너무 놀랐다.

그것은 바로 미역국이었다. 아니 도대체 죠 아저씨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정말 신기했다. 죠 아저씨는 나 몰래 한국 사람들은 생일날 어떤 특별한 음식을 먹는지 인터넷으로 알아보았단다. 그리고 차를 타고 멀리 한국 식료품 가게에 가서 미역을 사다가 요리하는 법을 배워 미역국을 준비하신 것이었다.

죠 아저씨의 정성과 착한 마음이 가득한 미역국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솔직히 감동의 미역국 맛은 별로였지만, 그 맛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멋진 맛이었다.

죠 아저씨, 늘 건강하세요!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1991년 성 바오로 수도회에 입회, 1999년 서울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선교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사제서품 후 유학, 2004년 뉴욕대학교 홍보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성 바오로 수도회홍보팀 팀장, 성 바오로 수도회 관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신부생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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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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