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 즉위 후 첫 공식 언론 인터뷰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7월 30일 교계 매체 크럭스와 바티칸 사도궁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OSV
전임 교황의 시노달리타스 계승 의지
성소수자 환영하지만 교리 변함없어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 중요성 강조
지구촌 양극화 양상 거듭 비판
레오 14세 교황이 즉위 후 언론과의 첫 공식 인터뷰에서 교회 내 시노달리타스와 지구촌 현안에 대한 의견을 직접 처음 표명했다. 특히 교황은 교회 내 소수자들을 환영하지만, 교리와 교회법을 바꾸지는 않겠다고 명확히 밝혔다.
미국 가톨릭 매체 크럭스(CRUX)는 최근 교황과의 단독 인터뷰를 보도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시노달리타스는 태도, 개방성, 서로를 이해하려는 교회의 의지”라며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기도와 성찰, 과정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와 역할을 갖는다는 의미”라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해온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제도적 위계가 아니라 ‘우리 함께’ ‘우리 교회’라는 의식에 주된 초점을 둔다”며 “시노드 정신은 사제든 평신도든 각자 주어진 특정한 소명을 가진 모든 사람이 모여 함께 성장하고 함께 걸어갈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교회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우리는 함께 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시노달리타스가 양극화된 세계에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라고도 기대했다.
교황은 지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교회 내 여성의 역할과 성소수자(LGBTQ) 공동체에 대한 접근방식에 대해서도 “이들을 환영하지만 기존 교리를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자취를 따라 여성의 리더십을 존중하고 여성의 재능이 신앙생활에 기여하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여성 부제품 등과 관련한 기존 교회 가르침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교황은 최근 교회 내 LGBTQ 옹호자로 알려진 제임스 마틴 예수회 신부의 알현을 받았다. 로마와 바티칸에서 성소수자 희년 순례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황은 “LGBTQ 문제는 교회 내에서도 양극화됐기 때문에 화제가 되는 일이다. 내가 이 시대에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교회 내 양극화를 조장하거나 심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에도 성(性)이나 혼인 관련 교리가 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황이 즉위 후 이같은 가톨릭교회 내 주요 사안에 대해 직접 생각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아울러 교황은 교회 일치를 강조했다.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인 올해 튀르키예로 가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명한 바 있다. 교황은 “11월에 니케아(튀르키예 이즈니크)에 갈 수 있길 바란다”며 “이미 정교회의 여러 총대주교를 만났고, 교회와 신자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다른 교회에도 다리를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지구촌 양극화 양상도 비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언급, “CEO들이 노동자들에 비해 600배 넘는 임금을 벌어들이고 있고, 머스크는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Trillionaire)가 될 것이란 소식도 있다”면서 “물질만이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큰 문제에 봉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국제사회의 대화를 주문하며 “현 시점상 안타깝게도 유엔이 다자간 문제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능력을 상실했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과의 ‘크럭스’ 인터뷰는 서적으로 출간돼 9월 22일 스페인어판이 처음 발행됐으며, 영어·이탈리아어판은 내년 초쯤 출간된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