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을 이겼다’와 같은 성경 말씀이 기도문에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비종교인들에게도 위로와 희망을 전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다면 어떨까요?”

9월 28일 성 앵베르 센터. 한자리에 모인 사제와 수도자·청년들이 스크린에 비친 ‘기도문 초안’을 바라보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의 목표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서 전 세계 청년들이 함께 바칠 공식 기도문 초안을 만드는 것. 사소한 문구 하나부터 문단까지 각자의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많은 이에게 평화와 위로를 전할 수 있는 내용이 기도문에 담기길 바라는 마음만큼은 한결같았다. 9월 27일부터 이틀간 성 앵베르 센터에서 열린 ‘2027 서울 WYD 공식 기도문 준비 피정’ 모습이다.

이날 피정은 전국 교구와 수도회에서 WYD 준비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제와 수도자, 청년 봉사자 등 70여 명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시노드의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국내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필리핀과 베트남·나이지리아·아르헨티나·니카라과·베네수엘라 청년들도 초청돼 의견 나눔 과정에서 ‘국적’을 넘어 다양한 시각이 담기도록 했다. 단순히 실무자들이 모여 기도문을 만드는 자리라는 의미를 넘어 ‘모두가 함께 걷는 교회’ 모습을 실천하는 시간으로 꾸민 것이다.

 

이날 기도문 제작은 참가자 각자 개인 기도문을 작성하는 것에서 시작해, 10개 조로 나뉘어 시노드 모임을 거치며 조 기도문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어 참가자들은 이를 WYD 공식 기도문 초안 제작의 기초자료로 활용해 전체 토론을 펼쳤고, 각 조가 만든 기도문을 바탕으로 ‘공식 기도문 초안’을 작성했다. 참석자들은 또 기도문을 만들기 위한 경청의 시간을 전후해 성체 조배와 말씀의 전례, 렉시오 디비나 등에 참여하며 성령의 인도를 청하기도 했다.

피정을 거쳐 만들어진 기도문 초안은 피정 마지막 날 전국 교구와 수도회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거행된 마침 미사 때 봉헌됐다. 2027 서울 WYD 공식 기도문은 이날 만든 초안을 바탕으로 몇 차례의 수정 작업과 교황청 승인을 거친 후 올 연말 레오 14세 교황이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피정과 기도문 초안 제작 실무를 맡은 서울대교구 WYD 사목 사무국 국장 이희천 신부는 “젊은이들의 목소리와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이들과 한자리에 함께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우리가 시노드 교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며 “기도문에서 한국 교회의 이야기만 하는 것을 넘어 더 다양한 시각을 담을 기회가 됐다”고 기뻐했다.

살레시오회 청년 봉사자로 함께한 박소윤(사비나)씨는 “전국 교구와 수도회 실무자들이 한데 모여 경청의 시간을 거치며 일치된 지향을 담은 기도문을 만든다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었다”며 “각자 마주한 현실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지향을 바라보며 봉사에 임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도 됐다”고 전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