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바티칸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전시된 교황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단행본. OSV
레오 14세 교황이 9일 교황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Dilexi te)를 반포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즉위 후 처음 발표한 사목적 차원의 교황 문헌으로, 교황 권고(Adhortatio Apostolica)는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면서 주교와 사제, 신자들의 협력을 권고하는 회칙과 교서 다음으로 권위를 지니는 문서다.
교황은 첫 권고에서 모든 그리스도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응답해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 안에서 ‘주님의 모습’을 찾아내고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는 신앙인이 될 것을 촉구했다.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 장관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은 9일 바티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문헌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시작하고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완성한 것으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문헌인 동시에 레오 14세 교황님의 문헌”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Dilexi Nos)와 비교할 때 문서의 라틴어 제목이 유사한 점에서 연속성을 찾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문헌의 내용 역시 하느님 사랑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비슷하다”며 “이는 전임 교황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레오 14세 교황님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오 14세 교황이 4일 바티칸 사도궁에서 교황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에 서명하고 있다.OSV
교황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는 5장 121개 항으로 구성됐다. 각 장의 주제는 △몇 가지 다뤄야 할 단어들 △하느님은 가난한 이들을 선택하신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 △계승하는 역사 △지속되는 도전 등으로 작성됐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를 통해 교회가 지난 150년간 가난한 이들에 대해 어떠한 가르침을 전해왔는지 망라하며 이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교황은 권고에서 빈곤의 다양한 형태를 설명한다. 교황은 물질적·정신적 빈곤은 물론 도덕적·문화적 빈곤, 사회적·개인적 소외, 권리와 자유·공간의 부재 등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는 ‘빈곤의 얼굴’을 상세히 전하며 “부는 지속해서 증가하지만,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제 체제 등으로 인해 ‘보다 더 미묘하고 위험한’ 형태의 새로운 빈곤 양상이 생겨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황은 이에 맞서 사고 방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교황은 “부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생각 이면에는 행복에 대한 환상, 즉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를 축적하고 사회적 성공을 이뤄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며 “이러한 잘못된 비전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을 당연시하고 강자에게 유리한 부당한 사회적 관념을 고수하며 정치·경제 구조 역시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권고를 통해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전했다. 교황은 권고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되어야만 하는 신학적 기초와 교회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노력해온 역사를 설명했다. 또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성녀 마더 데레사, 성 아우구스티노 등 교회의 수많은 성인·성녀가 병자와 고아, 가난한 이들을 위해 힘써 왔음을 상기시켰다.
프랑스·벨기에 작은형제회 관구장이자 신학 박사인 프레데릭 마리 르 메호테 신부는 9일 바티칸 뉴스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교황 권고의 핵심은 가난한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참된 복음을 전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라며 “교황님은 권고를 통해 우리가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용기를 갖고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간다면 그들의 인도를 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초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