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23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그리스도의 왕 대축일 미사를 주례하며 사도적 서한을 발표하고 있다. OSV
레오 14세 교황이 튀르키예·레바논 사목방문을 앞두고 새로운 교황 교서를 발표해 “그리스도교 공동체 구성원들을 형제자매로 인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이 23일 발표한 교황 교서 「신앙의 일치 안에서(In Unitate Fidei)」는 총 12항으로 구성됐으며,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통해 일치를 재확인하고 현대 사회에서 신앙을 성찰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발표는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과 튀르키예·레바논 사목방문을 앞둔 시점에서 나왔다. 교황은 30일 바르톨로메오 1세 정교회 세계총대주교와 튀르키예에서 접견할 예정이다.
교황은 교서에서 “교회 설립 이래로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의 일치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걸어왔으며 사랑과 기쁨의 은사를 받아왔다”면서 “니케아 공의회가 1700년 전 공표한 신경 ‘하느님의 외아들 영원으로부터 성부에게서 나신 분을 믿나이다’ 등에 잘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니케아 신경은 수 세기 동안 그리스도인의 공동 유산이 돼왔다”며 “그리스도인은 이를 되새기고 새롭게 고백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니케아 신경은 그리스도인 사이의 온전한 친교의 기초이자 기준점이 될 수 있다”며 “니케아 신경은 삼위일체 안의 일치 등 참된 교회 일치의 모델을 제시한다”고 거듭 설명했다. 이어 “그리스도인들이 신학 논쟁을 거부하고 하나의 믿음과 사랑 안에서 일치를 이루도록 간청드린다”면서 “대화와 은사의 나눔을 통해 화해를 추구하는 미래 지향적인 교회 일치를 이루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교황은 또 “다양성 없는 일치는 폭정이고 일치 없는 다양성은 분열을 상징한다”고 지적하며 니케아 공의회 당시의 상황과 오늘날의 위기를 연결지었다. 교황은 “그리스도교 박해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시기,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아리우스 사제가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며 논쟁을 일으켰다”면서 “교부들은 성경과 사도적 전승에 충실하고자 했으며, 그들은 예수님이 성부와 하나의 본체이시며 참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가까이 오셨음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수많은 걱정과 두려움, 전쟁과 폭력의 위협 속에서 살고 있지만, 이 신경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면서 “니케아 신경은 멀리 있는 하느님이 아닌 가장 어두운 곳에서도 우리와 동행하시는 하느님을 묘사한다”고 전했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이 신앙 고백을 암송할 때 스스로 물으며 양심을 성찰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은 니케아 신경에 굳건한 뿌리를 두고 있다”면서 “신앙 고백을 하며 하느님과 신앙의 의미를 되새겨야 하고, 하느님께서 지으신 창조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성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27~30일 튀르키예를 방문한 뒤 레바논으로 이동해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사목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