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80주년을 맞아 한일 주교들이 ‘평화의 도시’ 일본 히로시마에 모여 제27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을 열고, 미래 세대를 위한 평화 여정을 이어갔다.
한일 주교 33명은 18일부터 20일까지 히로시마 교구에서 ‘전후 80주년, 그 흉터와 희망 : 젊은 세대에 평화를 연결하기 위해’를 주제로 한일주교교류모임을 열었다. 양국 주교들은 원자폭탄의 참상이 기록된 원폭 피해지를 함께 방문하고,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서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평화를 위한 연대를 다졌다.
19일 히로시마교구 칸논마치 성당에서 한일 주교들이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교류 기간 동안 주교들은 히로시마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당과 간온마치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핵무기 근절과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현지 본당 신자들과 유치원 아이들은 따뜻한 환대로 주교들을 맞았다. 주교들은 나카이 준(예수회) 신부에게서 재일 조선학교의 현실을 듣고, 히로시마평화교육연구소 이승훈 사무국장의 ‘한국의 관점에서 본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 강의를 들었다. 또 서울대교구 이경상(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역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주교에게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준비 상황을 전해 듣고, 일본 교회가 WYD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수원교구장) 주교는 19일 간온마치 성당에서 봉헌된 미사 강론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식 8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히로시마에서 한국과 일본 주교들이 함께 기도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뜻깊고 감동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 과거 아픔의 상처 속에도 우리는 멈춰 서 있지 않고, 함께 항해를 계속해야 한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한 항구에 머무는 평화가 아니라, 미래의 바다로 나아가는 용기의 평화”라고 강조했다.
일본 시라하마 미쓰루(히로시마 교구장) 주교는 20일 히로시마교구 주교좌 세계평화기념성당에서 주례한 파견미사에서 “한일주교교류모임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고 증오와 대립을 극복하며 평화의 길을 걷기 위해 시작되어 그 역할을 해왔다”며 “한일 교회가 앞으로도 함께 기도하고 어울리며 평화의 길을 걸어가기 위한 희망의 가교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식 교류모임에 앞서 17일 주교들은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장생(長生,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현장을 찾아 바닷속 탄광에서 목숨을 잃은 조선인 노동자들을 추모했다. 한국 주교단은 희생자들의 유골 발굴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 동참하기로 했으며, 구체적 지원금 규모는 추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교류모임에는 한국 측에서 조환길(대구대교구장) 대주교, 옥현진(광주대교구장) 대주교,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수원교구장) 주교 등 17명이, 일본 측에서는 마에다 만요(오사카-다카마쓰 대교구장) 추기경, 나카무라 미치아키(나가사키 대교구장) 대주교, 일본 주교회의 부의장 우메무라 마사히로(요코하마 교구장) 주교 등 16명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