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반세기 넘게 수많은 사제를 길러낸 성소의 못자리죠.
서울대교구 대신학교 대건관과 대성당 재건축이 본격화됐습니다.
대건관 이사와 대성당 마지막 미사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김혜영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대교구 대신학교 기숙사인 대건관 입구에 상자와 집기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재건축을 앞둔 대건관 건물을 53년 만에 비우는 중입니다.
짐을 나르고 차에 싣는 걸 반복하느라 모두들 여념이 없습니다.
3학년, 4학년, 5학년 신학생들이 머물러온 대건관은 단순한 기숙사가 아니었습니다.
기도와 공부, 공동체 생활이 어우러진 공간이었습니다.
오래된 건물이라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막상 떠나려니 시원섭섭합니다.
<인호진 레토 / 서울대교구 대신학교 4학년>
"사실 떠나는 마음이 그냥 좋았는데 이제 막상 떠나려고 보니까, 이 건물이 사라진다고 한다고 하면, 또 약간 서운한 마음은 있긴 하더라고요."
<임승준 시몬 / 서울대교구 대신학교 3학년>
"선배 신부님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주교님들까지도 사셨던 이 공간을 저희도 생활하면서 그 발자취를 따라간다는 의미가 이제는 새 건물로 바뀌게 되면서, 떠나게 되면서, 그런 점이 좀 아쉽다고 느껴지고요."
대건관에서 생활했던 신학생들의 방은 수덕관과 강학관으로 재배치됐습니다.
손수 하는 이사가 힘들긴 해도 함께 하니 금세 끝납니다.
같은 시각, 대성당에서도 이사가 한창입니다.
색색깔의 제의를 품에 안아서 또 머리에 이고 옮기는 손길이 조심스럽습니다.
1960년에 지어진 대성당엔 신학생들의 웃음과 눈물, 기도와 성찰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1984년 방한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미사를 봉헌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합니다.
<민범식 신부 / 서울대교구 대신학교 교장>
"교원들 정년이 65세거든요. 만 65세. 대성당이 딱 65년 됐어요. 대성당도 이제 정년을 맞아서 은퇴를 하고 새로 대성당을 짓는 게 건물만이 아니라 신학교 전체 분위기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그런 때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손민국 비오 / 서울대교구 대신학교 5학년>
"비가 가끔 들이치는 경우도 있었고요. 건물이 아무래도 노후화되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가끔 재미있는 일들도 있었고. 가끔은 새가 갑자기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어 가지고. 첫 마음을 계속 간직할 수 있게 해준 공간이라서 더 특별한 것 같습니다."
이틀간 집중 이사를 마친 신학생들이 주일 아침 대성당에 모였습니다.
재건축 공사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서입니다.
<민범식 신부 / 서울대교구 대신학교 교장>
"대성당에서 거행하는 진짜 마지막 미사입니다. 아무쪼록 지금의 시간을 잘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30년, 40년이 흐른 뒤에 여러분들의 후배 사제들, 후배 신학생들에게 오늘의 추억을 잘 나누어주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맨앞줄 6학년부터 맨뒷줄 1학년까지 신학생 100명이 진중한 마음으로 미사에 임했습니다.
<주님의 기도>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마침강복으로 미사가 마무리되자 마지막을 기념하듯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